2월 정찰풍선 사태 후 석 달 만에 고위급 소통
'긴장 관리' 공감대 속 쌍방 제재 수위는 상승
"미국, 중국 방위산업 투자제한 행정명령 임박"
미국과 중국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서로를 향해 "먼저 제재를 해제하라"고 요구하며 팽팽한 기싸움 속에 소통을 재개했다.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로 대화를 중단한 지 3개월여 만에 '긴장 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다시 얼굴을 맞대고 고위급 소통에 본격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공급망 갈등·투자 제한 등을 둘러싼 쌍방 간 공격 수위는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방위산업을 겨냥, 행정명령을 통해 새로운 제재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이 '대화 속 갈등'이라는 새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회담했다. 왕 부장은 25, 26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는데, 이를 계기로 러몬도 장관과 함께 워싱턴으로 자리를 옮겨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견 노출하면서도 "소통 유지" 공감대
러몬도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제재에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중국 공안 당국은 기업실사업체인 민츠그룹,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엔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의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어 중국 내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게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단하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런 조치들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중국도 똑같이 맞섰다. 왕 부장은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경제·무역 정책, 반도체 정책, 수출 통제, 대외 투자 심사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우려를 표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다. 지난해 10월 미국이 자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대(對)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조치를 비롯, 중국 압박을 위한 미국의 정책 전반에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서로를 향한 '견제구'를 날리는 데 그쳤으나, 이날 양국 상무부 수장 간 회담은 미중 고위급 소통의 재개를 알리는 분명한 신호다. 지난 2월 초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 사태 이후 미중 간 대화는 석 달 이상 중단됐다. 그러다 이달 10, 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하면서 다시 물꼬를 트게 됐다. 이날 회동에 대해 양국 상무부가 내놓은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됐다"(미국) "경제·무역 분야에서의 우려 사항과 협력 사안에 대한 교류를 유지·강화하는 데 동의했다"(중국) 등의 평가도 결국 '대화 채널 유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다.
"미, 중 방위산업 겨냥 새 제재 준비"... '대화 속 갈등' 국면
왕 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회동해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완화 문제 등을 논의한다. 또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이 회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미중 갈등이 즉각 완화되긴 힘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조치로 사상 첫 미국 반도체 기업 제재를 단행한 건 미중 간 반도체 전쟁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게다가 미국은 군사 분야에서 새로운 대중 제재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악시오스는 이날 미국 정부가 올해 여름을 목표로 중국 방위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국외)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은 중국 방위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팅 기술의 중국 이전을 막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