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올해 1부(K리그1)로 승격한 광주시민프로축구단(광주FC)이 겪고 있는 내홍을 두고 하는 말이다. 광주FC가 1월 "경영 발전 전략과 연계하겠다"며 조직을 개편한 이후 오히려 구성원 간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한직으로 밀려난 기존 사무처장과 직원들이 "찍어내기"라고 반발하면서 신임 경영본부장 등의 부당 행위 등을 관련 기관에 고소·진정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최근엔 광주FC가 경영본부장을 명예훼손 혐의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소하거나 진정을 낸 직원들을 반대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보고 자택 근무 명령을 내리면서 인사 보복 논란까지 휩싸였다.
25일 광주FC 등에 따르면 노동일 광주FC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근로자와의 분리를 위해 기존 사무처장 A씨와 B·C부장 등 3명을 24일부터 자택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자택 근무 명령 해제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이는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에 비위 행위가 접수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A씨 등에게 자택 근무를 명령하면서 피해자가 누구인지와 피해 내용, 자택 근무 명령 이유 등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B부장이 경영본부장에게 "내가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따지는 과정에서 경영본부장이 자신을 피해자로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B부장은 "직장 상사인 경영본부장이 나에게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주장해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B부장은 18일 "경영본부장과 또 다른 직원이 짜고 17일 낮 광주FC 선수단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 대기 발령 중인 나에 대해 향후 선수단 관련 업무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며 "아직 정식 인사 발령을 받지 않았는데도 경영본부장 등은 내가 중대 비위가 있어서 더 이상 근무하지 못할 것처럼 확정적으로 선수들에게 공지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경찰에 고소했다.
B부장이 항의 끝에 겨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A씨와 C부장은 여전히 자신들이 누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가했는지 모르고 있다. A씨 등이 영문도 모른 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몰려 분리 조치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더 황당한 것은 광주FC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면서 정작 해당 법령을 어겼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피해 근로자 등에 대해 근무 장소 변경, 유급 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따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 대표는 엉뚱하게도 가해자로 찍힌 A씨 등을 분리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표는 경영본부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보고를 받으면서도 경영본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와 피해 내용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광주FC가 갈등을 겪고 있는 직원들을 콕 찍어 인사 보복을 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게 A씨는 사무처장 재직 당시인 지난해 11월 광주시 간부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았다고 폭로하며 관련자들을 고소했다. C부장도 최근 경영본부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를 광주지방노동청에 접수했다. 그는 "경영본부장이 10일 오전 11시쯤 사무실 3층에서 '명령 불복종이면 인사위에 회부해서 자를 수 있는 거 알지. 내가 모든 것을 대표이사로부터 위임받았다'는 발언과 함께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조직 개편으로 촉발된 광주FC 내부 갈등의 여진이 직장 내 괴롭힘과 보복 인사 논란 등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노 대표는 이에 대해 "A씨 등에 대한 자택 근무 명령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신고에 따른 것"이라며 "다만 경영본부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누구인지만 보고를 받은 아쉬움은 있지만 노무사를 통해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일보는 경영본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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