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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누가 원하나...특정 계층 위한 제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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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누가 원하나...특정 계층 위한 제도 될 것"

입력
2023.05.25 18:25
수정
2023.05.25 18: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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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외국인 가사근로자 대국민 토론회
이민·노동 학자들도 "섣부른 도입은 부작용"
고용부 "다양한 조사 거쳐 구체적인 안 확정"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 곽주현 기자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 곽주현 기자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계획을 밝히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계뿐 아니라 이민·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들까지 제도의 섣부른 도입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데, 정부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실태조사와 여론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25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개최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대국민 토론회에서는 제도 도입 쟁점 및 향후 정책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논의는 이달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상임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가사 서비스 필요성이 높아지는데도 내국인 종사자 규모가 줄고 연령도 고령화돼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됐다"며 "하반기 서울에서 진행할 시범사업은 소규모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거나 거부감이 낮은 나라 위주로 선택해 선별된 인원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사근로자는 고용허가제(E-9)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경우라도 국내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법이 적용돼야 하므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고용보험 등을 제공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말하는 '월 38만~76만 원짜리 가사도우미'나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주장하는 '월 100만 원이면 일하려고 줄을 서는 외국인'은 애초에 성립이 불가능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용부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로 '저출산 대응' 및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내걸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이 두 가지 모두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 싱가포르, 일본 사례를 봐도 저출생 극복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와 제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강정향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객원교수도 "저출산 해결과 외국인 가사근로자 제도 사이의 인과관계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특권층만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이은영 한국YWCA연맹 부회장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가사근로자를 고용한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이들의 보험료나 항공료, 숙박비까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고소득 가정만 이용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가정이 아니라 특정 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된다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수요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혁진 연구위원은 "보통 업계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고용허가를 요청하는데, 가사근로자 문제에 있어서는 소비자단체나 학부모단체에서 요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며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데 왜 연구자와 정치인이 나서서 도입을 요구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이상임 담당관은 "통계를 보면 돌봄서비스 종사자 부족인원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며 "저출산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조합원들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2일 여성 및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했다"면서 "차별이 만연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의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조합원들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규탄 및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지난 22일 여성 및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했다"면서 "차별이 만연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의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단순히 외국 인력 도입이 아니라 '돌봄'의 차원에서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민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영유아나 아동, 노인은 우리 사회에서도 취약계층이고 학대 피해자가 되기 쉽다"라며 "다른 산업과 달리 정책이 실패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인간 건강과 발달 과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돌봄이라는 본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사노동 서비스산업 측면에서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가사와 돌봄은 힘든 일이라 내국인 종사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50, 60대가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가사 및 육아 서비스는 필요한 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면 외국인 도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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