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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우주개발 주역으로"... 누리호, 뉴스페이스 시대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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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우주개발 주역으로"... 누리호, 뉴스페이스 시대 열었다

입력
2023.05.26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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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큐브위성에 '발사 서비스' 제공 첫 수행
경험 원했던 스타트업엔 '이력 관리' 도우미
"우리 기술로 우주 가는 안정적 인프라 구축"

누리호가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가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뉴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시대를 향해 제대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 미국 등 우주 강대국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민간 기업이 발사 과정에 참여하고 민간 위성에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민간이 우주로 진출할 길을 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도로 이뤄지는 2025년 누리호 4차 발사 이후에는 뉴스페이스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5일 발사된 누리호의 가장 큰 특징은 '구체적 임무'가 있는 실용위성이 실렸다는 점이다. 국내 발사체가 실제 손님을 받아 위성 안착 임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발사 때도 위성이 있긴 했지만, 실제 위성의 크기와 무게를 흉내낸 모사체(더미)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2차 발사 때에도 △1.3톤 더미 위성과 △200㎏ 성능검증위성이 실렸다.

발사체 성공이 반복될수록, 앞으로의 관심은 발사체 자체보다는 거기 실린 위성의 임무에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실린 주탑재 위성은 밤낮 구분 없이 지상관측을 할 수 있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NEXTSAT-2)다. 1호기는 2018년 12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됐지만, 이번에 2호기는 국산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갔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은 "1993년 과학로켓 1호(KSR-1) 발사부터 지난해 누리호 2차 발사까지 한국은 발사체의 개발·시험 과정에 있었다"며 "이제는 본격적으로 위성 임무가 중심이 되는 발사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고도화나 발사 비용 절감 등 해결할 숙제는 여전히 많지만,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를 통해 계약된 위성을 우주에 올리는 서비스 구축을 향한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누리호에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도요샛 4기 외에도 △져스택의 JAC △루미르의 LUMIR-T1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 등 국내 민간기업이 완성한 큐브위성 3기가 실렸다. 2차 발사 때 큐브위성이 모두 대학에서 만들어졌던 것과 확실히 다른 점이다. 박응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 기획조정실장은 "기관별, 회사별로 준비하던 위성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고, 그중 가장 현실성 있고 공공의 목적을 가진 위성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스페이스X처럼 돈을 받고 올릴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에 이런 발사 서비스가 있다는 것만으로 국내 민간 우주기업들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위성 스타트업에 '우주 발사 경험이 있다'는 이력은 영업이나 대외협력에서 매우 강력한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위성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것은 물론, 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에도 동력이 된다. 누리호가 우주 스타트업의 이력서 관리를 돕는 셈이다.

누리호 3차 발사로 우주 발사 경험을 갖춘 카이로스페이스의 신경호 대표는 "우주 스타트업이 실제 위성을 만들고 우주에 올려 운영까지 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의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카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발사된 국내 첫 달궤도선인 다누리의 광시야 편광카메라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기업이지만, 아직 자체 개발 위성을 우주에 올린 경험은 없었다. 큰 투자가 필요한 일이고 대형 위성(주탑재체)의 일정에 따라 좌우되는 사업이라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카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탑승 기회를 잡았고 '위성 발사 및 운용'이라는 이력을 얻게 됐다. 신 대표는 "이번 공모를 통해 누리호 탑재 기회를 얻으면서 완성 위성 발사·운영을 향한 시간표가 2, 3년은 빨라졌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 참여 기회는 발사 횟수에 비례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세 차례(4~6차) 발사를 앞두고 있는데, 2025년(4차)부터는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준비를 주도한다. 안형준 팀장은 "영상, 통신, 항법 등 인공위성이 국가 핵심 인프라가 된 지금, 우리 기술로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안정적 수단을 운용하기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국제정세 등 외부 요인과 상관없이 우리가 원하는 발사체를 적시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고흥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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