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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발 저 간판 좀 꺼줘"... 복싱관장 성추행 피해 어린이 트라우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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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발 저 간판 좀 꺼줘"... 복싱관장 성추행 피해 어린이 트라우마 호소

입력
2023.05.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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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벗기고 '촉감놀이' 하자며 추행
CCTV에 범행 담겼지만 "장난이었다"
집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 불안 호소
"체육관 간판 불 켜졌는 지 살필 정도"

대구 한 체육관에서 20대 관장이 11세 남자 어린이 바지를 벗기려 하는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대구 한 체육관에서 20대 관장이 11세 남자 어린이 바지를 벗기려 하는 모습. JTBC 보도화면 캡처

복싱을 배우러 온 남자 어린이를 강제추행한 대구의 한 체육관장이 구속된 가운데 피해 아동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수준의 심각한 정신적외상(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복싱관장 초등학생 성추행 사건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에 따르면, 자녀 A(11)군은 2021년 9월부터 대구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복싱 체육관에 다녔다. 오랫동안 다니던 아이가 지난 3월,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어본 A씨는 충격적이 이야기를 듣게 됐다. "관장님이 바지를 벗겼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운동 도중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이내 "속옷까지 벗겼다"고도 털어놨다.

체육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아이가 20대 관장 B씨를 피해 구석으로 도망가고, B씨가 A군을 쫓아가 넘어뜨린 후 바지를 벗긴 뒤 눕히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란 A군 부모가 B씨에게 따져 묻자 "장난이었다"고 해명했다. "명백한 아동 성추행"이라고 지적하자, 그제야 심각성을 인지한 듯 "생각이 많이 짧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 선처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최근 대구 한 체육관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 관련, 가해자인 20대 관장이 피해 아동 부모에게 보낸 문자. 온라인 커뮤니티

최근 대구 한 체육관에서 발생한 아동 성추행 관련, 가해자인 20대 관장이 피해 아동 부모에게 보낸 문자. 온라인 커뮤니티


경찰 조사 결과, B씨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CCTV가 없는 화장실에서도 이어졌다. A군은 경찰조사에서 "B관장이 바지를 벗긴 일은 여러 번이었고, '촉감놀이'를 하자며 자신을 화장실로 데려가 마스크로 눈을 가리곤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도록 하며, 무엇인지 맞춰야만 집에 보내주겠다고 했다"고도 했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B씨는 18일 구속됐다.

A군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불안함과 우울증상을 보이고 있다. 해당 체육관이 아파트 단지 바로 앞 상가에 있는 만큼, 등·하교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기도 한데 B씨는 입건된 후에도 한동안 영업을 지속했다고 한다. 작성자는 "아이는 B씨가 본인과 가족들을 찾아와 보복하고 위협할까 봐 해가 진 후에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가해자가 구속된 후에도, 체육관 간판을 살피며 불이 켜져 있는 경우 '엄마 제발 저 간판 좀 꺼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A군은 여느 또래 아이처럼 "자신감을 갖고 몸을 지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가 이 같은 일을 당했다. 작성자는 "가해자는 체육관 관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11세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며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했다. 이어 "해당 체육관은 어린이 기관이 아니라서 정부가 영업을 제지할 수 없다고 한다. 제가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했다.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정 기간 아동복지법에서 정하는 아동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해당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그러나 체육관은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원이나 체육시설이 아니어서, 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글에는 "어린이 복싱 등으로 홍보해 왔던 곳인데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까", "다른 곳에 가서 다시 체육관을 차리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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