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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반도체 "美, 중국 공장 10%까지 증설 허용을" 다급히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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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반도체 "美, 중국 공장 10%까지 증설 허용을" 다급히 요청

입력
2023.05.25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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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미국에 '가드레일 조항' 완화 요청
결정은 하반기...추가 협의 필요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CHIPs Act)에 나와 있는 보조금 받는 기업의 지원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미 행정부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①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운영 중인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의 증설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②첨단 반도체에 포함되는 기준도 조정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공급망 안정을 이유로 반도체 생산망을 중국으로부터 빼내려는 의도를 점차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중국도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중간에 낀 우리 반도체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내 생산능력 확대 5%→10%"


3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안. 그래픽=김대훈 기자

3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 세부안. 그래픽=김대훈 기자


24일 정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상무부에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의견서를 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반도체법에서 정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을 포함한 '우려 대상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실질적 확장'하지 못한다.

미 상무부는 3월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 동안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증설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세부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말한 첨단 반도체는 ①28㎚(나노미터) 이하 로직 반도체·②18㎚ 이하 D램·③128단 이하 낸드플래시 등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도 포함된다.

우리 정부는 ①첨단 반도체와 이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범용(레거시) 반도체를 나누는 기준과 ②확장 규모 제한을 재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생산 능력을 기존 5%에서 10%까지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별개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③'외국 우려 단체'의 범위를 상무부 수출 통제 명단에 오른 기업으로 최소화할 것④민감한 정보 요청을 자제하고 기밀을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 반도체사를 대변하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도 요구한 사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의견서를 냈지만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中의 '마이크론 제재'에 美 "한국 빈자리 채우지 말라"


행인들이 23일 중국 상하이의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사옥 입구를 오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행인들이 23일 중국 상하이의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사옥 입구를 오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21일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상하이=EPA 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선 일단 미국 기업들도 비슷한 요구를 하고 있고 두 나라 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어려움을 고려해 협의한다는 점 등을 긍정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 요건이 낮아지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생산 능력 제한이 있는 한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반도체는 2년 반 만에 기술이 바뀌고 5년 지나면 공장을 뒤엎어야 한다"면서 "10%로 두 배 늘린다고 해서 큰 실익이 없다"고 봤다.

더구나 요구를 관철하려면 추가 협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어디까지나 미국 정부가 '의견 수렴 중'이고 하반기 중에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 행정부가 의견을 수렴한 것이니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우리의 1차 의견을 전달했고 잘 고려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더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어 외려 한국 기업으로 불똥이 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21일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 정치권이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3일 "한국도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을 사실상 직접 겨냥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에서 이런 요구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나 소문에 반신반의해 왔는데 실제 발언이 나왔다"며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업계에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 정책에 공개적인 반발이 나왔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24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반도체 전쟁이 미국 기술기업에 거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중국과 교역할 수 없다면 미국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나주예 기자
안하늘 기자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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