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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편 0.8초"로 현혹… 3000만 가입한 5G 광고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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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편 0.8초"로 현혹… 3000만 가입한 5G 광고 '거짓'

입력
2023.05.24 17:30
수정
2023.05.24 18: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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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LG유플러스, 과징금 336억 원
5G 속도 부풀려 잘못된 정보 제공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3사의 5G 서비스 속도 부당 광고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4세대 이동통신(4G·LTE)보다 20배 빠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2019년 4월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전에 내놓은 5G 홍보 문구는 토씨 하나까지 같았다. 통신사들은 2GB(기가바이트) 영화 1편을 내려받는 데 단 0.8초밖에 안 걸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광고는 모두 거짓·과장이었다. 5G 평균 속도를 대입하면 영화 1편 다운로드 시간은 광고보다 25~30배 느린 20~24초였다.

과징금, 표시광고법 관련 역대 두 번째

이렇게 통신 3사가 5G 속도를 부당 광고한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과징금 336억 원을 부과했다. 거짓·과장 광고를 막는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매긴 과징금으론 2017년 1월 독일 아우디·폭스바겐 제재(373억 원) 다음이었다. 업체별 과징금은 △SK텔레콤 168억 원 △KT 139억 원 △LG유플러스 29억 원으로 결정했다.

통신 3사는 5G 상용화 이전엔 최고 속도가 20Gbps(초당 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4G를 20배 앞지르는 수준이다. 5G 상용화 이후로는 최고 속도를 하향, 2Gbps대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광고는 사실과 달랐다. 통신 3사가 가장 먼저 제시한 최고 속도 20Gbps는 주파수 대역, 단말기 등 모든 조건을 통제해야만 달성 가능한 이론상 속도였다. 소비자가 평소 누리는 속도가 아니었다. 5G 상용화 후 대폭 낮춘 최고 속도 역시 현실과 동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광고에서 앞세운 속도와 비교해 당시 5G 평균 속도는 3, 4배 느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정위는 '5G 속도도 SK텔레콤이 앞서갑니다'라는 식으로 통신 3사 모두 타사보다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 광고도 문제 삼았다. 객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타사 LTE와 자사 5G 속도를 비교하거나, 독립 기관의 속도 검증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공정위는 5G 속도를 부풀리고, 자사 서비스가 뛰어나다고 강조한 통신 3사 광고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거짓·과장 광고 영향권에 있는 5G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3월 기준 2,960만 명이다.

통신 조이는 정부, 공정위 수장 이례적 브리핑

공정위는 심의 과정에서 통신 3사가 제기한 반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신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지도에 따라 '실제 속도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고 반박했다. 광고상 최고 속도에 도달하기 어려울 가능성을 공지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실제 속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소비자가 통신사 선택에 정작 필요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과징금 규모가 작지 않아 제재 취소를 두고 통신 3사가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SK텔레콤은 "해당 광고는 통신기술 특성에 따라 이론상 속도임을 설명한 것"이라며 "매우 아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신 3사 제재 수위·과정을 공개하는 브리핑은 이례적으로 한기정 위원장이 진행했다. 과징금 부과 사건과 관련해 제재 수위가 셀 경우 공정위 수장이 나서는 경우는 가끔 있다. 조성욱 전 위원장이 지난해 1월 과징금 962억 원을 부과한 해운담합 제재를 설명한 게 가장 최근 사례다.

한 위원장이 통신 3사 과징금 부과 사건을 직접 소개한 건 통신시장을 향한 정부의 압박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금융 부문의 과점 체제를 지적한 후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관련 기업을 조이고 있다.

세종= 박경담 기자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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