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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원 유럽 축구계의 모순...'인종차별' 비니시우스 사태, "일부 팬들의 행동" VS "문제를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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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원 유럽 축구계의 모순...'인종차별' 비니시우스 사태, "일부 팬들의 행동" VS "문제를 인정해야"

입력
2023.05.23 17:46
수정
2023.05.23 20: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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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소극적 대응 비판도
"라리가의 축구 보도, 제한 규정 있어"
유럽 5대 리그, 22조 원 규모...아시아 등 중계권료 수입↑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22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발렌시아 홈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분노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발렌시아=AP 연합뉴스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22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발렌시아와 경기에서 후반 발렌시아 홈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분노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발렌시아=AP 연합뉴스

수천 명 관중이 자신을 향해 쏟아붓는 인종차별적 표현에 경기 도중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산 스페인 거함'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3·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 진출한 이후 끊임없이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280억 유로(약 40조 원)에 달하는 유럽 축구시장의 낯 뜨거운 이중성에 전 세계 축구팬들은 충격을 받고 있다.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35라운드 레알 마드리드(3위·승점 71)와 발렌시아(13위·승점 40) 경기에서 일이 터졌다. 경기 후반 관중석에서 "비니시우스는 원숭이!" "죽어라!" 등 인종차별적 표현이 울려 퍼졌다. 비니시우스를 향한 발렌시아 홈팬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위였다.

심판 판정에 의해 퇴장당한 비니시우스는 또 한 번 눈물을 삼켰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면서 발렌시아 홈팬들에게 욕설을 들어야 했고,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투척물을 피하거나 쳐내야 했다. 비니시우스는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라리가는 인종차별이 일상이다.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비인간적 행위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태로 라리가는 물론 유럽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문제는 라리가와 스페인왕립축구연맹(RFEF)의 상반된 반응이다. 하비에르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히려 비니시우스를 비판하며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극히 드문 일이다. 라리가는 인종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회에 걸쳐 비니시우스의 주장을 반박하며 "인종차별은 일부에 의한 행동"으로 규정했고, "비니시우스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루이스 루비알레스 RFEF의 회장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단 한 사람이 인종차별적 모욕에 가담하더라도 리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구단 간에도 다툼이 벌어졌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라리가는 문제가 있다.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으며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발렌시아는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발렌시아 구단의 하비에르 솔리스 대변인은 "발렌시아 관중들을 모두 인종차별자로 매도했다. 비니시우스의 행동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발끈했다.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홈팬들의 조롱 속에 손가락 두 개를 들어올려 '2부 강등'이라고 해석될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니시우스의 행동을 걸고 넘어지며 문제 삼았다.

마요르카의 이강인이 지난달 23일 스페인 마요르카의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에서 열린 2022~23 라리가 30라운드 헤타페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이강인은 프로 데뷔 후 첫 멀티 골을 기록하며 팀이 3-1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마요르카=EPA 연합뉴스

마요르카의 이강인이 지난달 23일 스페인 마요르카의 비지트 마요르카 에스타디에서 열린 2022~23 라리가 30라운드 헤타페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이강인은 프로 데뷔 후 첫 멀티 골을 기록하며 팀이 3-1 역전승을 거두는 데 일조했다. 마요르카=EPA 연합뉴스

스페인 내에서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근절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라리가의 인정을 받고 있는 이강인(22·마요르카)도 인종차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 마요르카는 구단 공식 SNS에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이강인을 향해 "중국인아 뭐하냐?(Que haves, Chino?)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중국인을 뜻하는 '치노(Chino)'라는 표현은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영상으로 스페인 내에서 인종차별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라리가가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라리가의 축구 보도가 스포츠 내 인종차별을 다루는 데 오랫동안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스페인 축구 보도는 엄격하게 통제돼 있다. 라리가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취재에 있어 득정 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테바스 라리가 회장은 이를 인정했다. 그는 지난해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을 할지 말하지 않고는, 당신이 물어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규칙서에 없는 것을 물어보면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라리가의 보도 통제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비니시우스가 SNS에 인종차별과 관련 "TV는 주말마다 이 야만성을 방송하지 않느냐"며 인종차별 관련 스포츠 보도가 대중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 축구리그가 아시아와 북중미, 남미 등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0~21시즌 기준 유럽 축구시장 중 라리가를 포함한 '유럽 5대 리그' 규모는 156억 유로(약 22조 원)다. 전체 유럽 축구시장(280억 유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 라리가는 분데스리가와 비슷한 약 30억 유로(약 4조 3,000억 원) 규모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55억 유로)보다 적지만 북중미와 남미, 아시아로부터 끌어오는 수입(중계권료 등)이 쏠쏠한 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유럽 리그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유럽대항전의 가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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