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사업 구조조정·개선 주문
돈 남는 8곳 "통합관리 맡겨라"
재정 지출을 가급적 줄이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정부가 공공 기금에도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꼭 필요한 사업만 남기고, 너무 많다 싶은 여윳돈은 다른 곳에 쓸 수 있도록 내놓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23일 기획재정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올해 기금평가 결과를 보면, 우선 18개 기금 60개 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이나 제도 개선 주문이 이뤄졌다. 지난해 평가 대상의 7.4%이던 권고비율은 올 들어 12.2%로 대폭 커졌다. 다른 사업과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주파수 수급 및 정비체계 구축 등 8개 사업은 구조조정 권고, 지원 대상 및 방식에 손질이 필요한 스포츠산업 활성화 지원, 문화관광축제 지원 등 52개 사업은 개선 권고를 각각 받았다.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에 대해선 통합을 권고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추세에 따라 정보통신ㆍ방송통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두 기금의 기능과 역할, 재원 조달 방식이 유사해진 만큼, 중복성을 해소하고 지출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금운용평가단은 일부 기금의 경우 재원 규모도 적정하지 않다고 봤다.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여유자금이 지나치게 많은 8개 기금에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탁을 늘리라고 권한 배경이다. 공자기금은 기금 등의 여유자금을 통합 관리할 목적으로 정부가 설치한 기금이다. 재정 투ㆍ융자 사업이나 국채 매입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목표치를 밑돌 경우 세계잉여금과 함께 기금 여유자금으로 우선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권고 사항은 이듬해 각 기금 운용계획에 반영되는 게 통상적이지만, 급할 때 정부가 당장 자금을 끌어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투자는 비교적 선방했다. 전년 대비 평점이 소폭 떨어진 데다(74.2→73.1점), ‘보통’ 이하 등급 기금 비율이 제법 늘기도 했지만(6.3→20%), ‘우수’ 이상 등급을 받은 기금의 비중이 별로 줄지 않았고(43.8→43.3%), ‘아주 미흡’ 등급은 없었다. 작년 기준금리 급등과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수익률 추락이 저조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평가단 분석이다. 여유자금을 잘 굴리기에는 어느 정도 여건상 한계가 있었다는 뜻이다.
최악 수익률에도 ‘양호’ 등급 유지한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커 따로 평가되는 국민연금기금은 2000년 기금 평가 시작 이래 최악의 수익률(-8.28%)을 기록해 평점이 떨어졌지만(79.3→77.7점) 등급은 ‘양호’가 유지됐다. 규모와 성격이 유사한 5대 글로벌 연기금의 평균 수익률(-10.55%)보다 그나마 성적이 낫기 때문이라고 평가단은 설명했다.
기금평가는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절차다. 각 기금은 기금의 존치 타당성과 사업ㆍ재원 구조의 적정성을 따지는 ‘기금존치평가’를 3년에 한 번, 여유자금 운용 성과 및 체계ㆍ정책의 적정성을 보는 ‘기금운용평가’를 격년으로 받게 된다. 다만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 14곳과 굴리는 돈이 1조 원이 넘는 6곳은 매년 운용평가 대상이 된다. 올해는 관광진흥개발기금 등 24개 기금이 존치평가, 국민연금기금 등 31개 기금이 운용평가를 받았다. 평가단은 민간 전문가 36명으로 구성되고, 정부는 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한 뒤 국회에 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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