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착오로 특정 고사장 시험지 전부 파쇄
한 달 지나서야 인지... "추가시험·보상안 제공"
국가자격시험인 기사·산업기사 실기시험 필답형 채점 과정에서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가 누락돼 파쇄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피해 응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추가 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달 23일 시행된 정기 기사·산업기사 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 중 일부가 착오로 파쇄된 사실을 파악했다"며 "응시자들에게 후속 대책을 설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등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파쇄된 답안지는 총 609장으로, 전국 시험장 16곳 중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응시한 수험자들의 시험지였다. 당시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총 61개 종목 수험자 609명의 답안지가 시험 종료 후 포대에 담겨 산업인력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는데, 이후 인수인계 과정에서 착오로 채점센터로 인계되는 대신 파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16개 시험장에서 총 18개 포대의 답안지가 나왔는데, 직원 실수로 한 포대는 창고로 옮겨지고 나머지 17개 포대만 채점실로 옮겨졌다"며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최근 채점이 실시되는 과정에서 한 포대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했는데, 불과 며칠 전 창고에 있던 모든 폐문서를 파기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피해 응시자 609명 전원에게 개별 연락을 하고 재시험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사 자격시험은 문제은행식이고 60점을 넘으면 합격하는 절대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609명을 제외한 나머지 응시자 15만1,188명의 합격 여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공단 측은 설명했다.
만약 피해 응시생들이 다음 달 1~4일 진행되는 추가시험을 치를 경우 당초 예정됐던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6월 9일)에 시험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어 이사장은 "6월 10일 지방직공무원 시험 응시 등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만약 다음 달 1~4일에 시험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특별히 별도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달 27~30일 진행되는 정기 기사·산업기사 2회 시험 접수 기간에 맞춰야 할 경우 내달 24~25일 중 추가시험을 치르면 된다. 재시험 미희망자에게는 수수료 전액이 환불된다. 응시자는 원하는 지역에서 시험을 볼 수 있다. 어 이사장은 "최소 6번의 시험 문제를 더 출제하는 것이고, 재시험의 경우에도 동일 난이도로 출제해 불이익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공단은 1일 교통비 등 추가시험 소요 비용이나 정기 검정 수수료 면제와 같은 추가 보상안도 검토 중이다. 공단 내부적으로는 관리 책임자 문책 등 엄중 조치를 취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시험 프로세스 전반을 재점검해 개선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번 사태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 이사장은 "국가자격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단이 자격 검정 관리에 소홀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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