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안정적이지만
무역적자 300억 달러 육박
재정 부양도 기대 어려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반면, 경기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 금리 동결 신호를 보내면서 어깨도 한결 가벼워졌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은 2, 4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을 점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이유였던 ①고물가가 예상 경로대로 잡혀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7%로 14개월 만에 3%대에 진입했다. 전월 대비 0.5%포인트나 낮아진 것이다. ‘끈적한’ 근원물가가 변수이긴 하지만, 한 번 더 멈춰서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란 게 대체적 관측이다.
②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수출은 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적자가 벌써 300억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대와 달리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세수 부족으로 재정 부양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한은도 25일 함께 발표하는 수정 경제 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보다 0.1~0.2%포인트가량 낮출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다음 달 ③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든 점도 동결 전망을 우세하게 하는 배경이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은행권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여건이 악화해 경제 성장과 고용,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6월 금리 동결 신호를 보낸 것이란 게 주요 외신과 시장 평가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향후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한은도 추가 인상으로 대응하기보다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여전히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금통위원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는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④우려와 달리 외국인 자금 유출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내 증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 국내 주식투자자금은 3월 순유출을 기록했으나, 지난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 등으로 다시 9억1,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채권 투자자금을 포함한 순유입 규모는 32억5,000만 달러나 된다. 원화값도 안정되는 모습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6원 떨어진 1,318.1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약세 부담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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