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추경 예산안 심사 보류
지역화폐 예산 등 집행 미뤄져
道, “도민들에게 매우 송구”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간 갈등으로 올해 첫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지금까지 본예산이나 추경 예산안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는 있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심사보류로 지역화폐 할인 혜택이 중단된 것을 비롯해 ‘천원의 아침밥’ 지원 예산, 공공근로사업 예산 등 민생예산 집행도 미뤄지면서 도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됐다.
허문정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22일 도청 기자실에서 추경 예산안이 제주도의회 예결위에서 심사보류된 것과 관련 브리핑을 갖고 “도민 고통과 생계 부담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드리지 못하게 돼 도민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며 “도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추경 예산안에 대한 조속한 심사일정을 도의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 예산안 심사보류 사태로 인해 지역화폐인 ‘탐나는전’ 소상공인 가맹점 5~10% 현장 할인 사업이 23일 0시부터 잠정 중단된다. 도는 올해 본예산에서 확보한 탐나는전 현장할인 예산 100억 원이 조기 소진될 것을 대비해 이번 추경안에 100억 원을 반영했다. 또 다음달 1일부터 도내 3개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었던 ‘천원의 아침밥’ 사업 관련 예산 1억 원과 취약계층·청년 등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근로사업 예산 141억 원 등도 발목이 잡혔다. 전국 최초로 만 8~10세 아동에게 지급하려던 ‘아동건강활동체험비’ 예산 53억 원은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외에 오영훈 제주지사의 공약 사업 예산도 일부 삭감되면서 도정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오 지사는 내부 회의에서 “도의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 공공근로사업 등 당장 집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빨리 대책을 세워 도의회와 공유하고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 19일 오후 9시40분 회의를 열고 도가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해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0시에 열린 도의회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했다. 양경호 예결위원장은 “이번 추경 예산안이 민생예산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세밀한 심사를 위해 심사보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안은 예산 편성과 도의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부터 도와 도의회의 갈등이 드러났다. 도는 지난해 본예산에서 도의회에서 증액된 예산 중 부동의 또는 조건부 동의 의견을 낸 예산들을 무더기 감액 편성했고, 도의원들이 추경안 편성을 요구했던 사업들도 대부분 반영하지 않으면서 예산갈등이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송악산 유원지 사유지 매입과 관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 보류하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이에 대해 도는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갖고 즉각 대응하면서 양 측의 갈등은 격화됐고 결국 심사 보류라는 파국을 맞게 됐다.
도의회는 다음달 13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된 제417회 제1차 정례회에서 추경 예산안을 다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소속 제주지사와 민주당 도의원이 절대 다수인 도의회가 소통하지 못해 대립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이같은 정치 실종으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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