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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5성급 해상호텔... 과감한 투자로 수송률 1위 '순항'

입력
2023.05.22 0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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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강소기업] <2>목포 씨월드고속훼리
국내 최대 대형 유럽형 크루즈선박 투입
지루함 못 느끼게 볼거리 편의시설 풍성
2025년 진도~제주 애월 추가 취항 예정
소년가장·외국인 등에 제주 여행 제공도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과 직원들이 퀸제누비아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씨월드사 제공

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과 직원들이 퀸제누비아호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씨월드사 제공

지난 18일 오전 0시 30분 전남 목포항. 길이 170m, 높이 20m의 대형 여객선에서 밝힌 조명이 항구를 비추고 있었다. 자전거동호회와 산악회 회원들을 비롯해 가족과 연인 등 다양한 승객들이 삼삼오오 여객선에 승선했다. 여객선의 목적지는 제주항. 목포항에서 배를 이용해 오전 1시에 출발하면 동이 틀 때쯤인 오전 6시에 도착한다.

목포 인근 광주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하면 제주까지 50분이면 도착한다. 단순히 시간만 비교하면, 항공사와 선사 간 경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를 타고 제주를 왕래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제주 기점 여객과 물류 수송률 1위를 달성하면서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던 선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목포에 본사를 둔 씨월드고속훼리(씨월드훼리)다.

코로나19 극복 매출액 3배로 급상승

19일 전남 진도와 제주를 잇는 산타모니카호 취항 1주년을 맞아 씨월드훼리 관계자들과 진도·제주 주민 200여 명이 제주 바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씨월드훼리사 제공

19일 전남 진도와 제주를 잇는 산타모니카호 취항 1주년을 맞아 씨월드훼리 관계자들과 진도·제주 주민 200여 명이 제주 바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씨월드훼리사 제공

목포와 해남 우수영, 진도에서 제주까지 5척의 선박을 운영하는 씨월드훼리의 경쟁력은 승객들의 ‘체감 이동 시간’을 줄이는 데 있다. 목포-제주 구간에서 2020년 9월 취항한 퀸제누비아호(2만7,391톤)가 대표적이다. 비행기가 운항하지 않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 1시에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퀸제누비아호에선 대형 파노라마식 오션뷰를 배 구석구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

2km 전방의 고하도 섬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며 출발한 퀸제누비아호에는 아고라분수대와 선셋테라스, 국내 유일의 해상영화관을 비롯해 노래방과 오락실 등 여행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도록 볼거리와 편의시설이 즐비하다. 기존 5성급 호텔과 대형 여객선만이 가능한 장점을 합쳐 놓은 셈이다. 여기에 반려동물 전용 객실과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용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등을 구축해 비행기 이용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씨월드훼리 관계자는 “퀸제누비아호 취항은 기존 국내 연안 항로의 선박 이용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용객 수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씨월드훼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2020년부터 매년 500억 원대 매출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650억 원으로 3배 이상 뛰었다.

씨월드훼리의 성공은 과감한 투자와 직결돼 있다. 2020년 도입한 퀸제누비아호에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전남 진도와 제주 항로에 3,300톤급 산타모니카호를 진수했다. 불확실한 연안 해운 환경과 제주 항로를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서도 국내 연안여객 선사 중 1위 위상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이유다. 정부가 2년마다 평가하는 선사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7차례나 우수 회사로 선정됐다. 퀸제누비아호가 2021년 세계 3대 조선해운전문지로 꼽히는 영국 ‘The Royal Institution of Naval Architect’ 올해의 선박 카페리 분야에 국내 최초로 선정된 것도 씨월드훼리의 과감한 투자에 날개를 달아줬다.

창사 25주년 맞아 한 단계 도약 준비


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 씨월드훼리 제공

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 씨월드훼리 제공

씨월드훼리는 올해 창사 25주년을 맞아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비전선포식을 준비 중이다. 늘고 있는 제주 관광 추세에 맞춰 한라산 눈꽃산행과 올레길 코스별 걷기 여행 등 관광상품을 출시한다. 진도와 제주 애월항 구간에는 2025년 9월 취항을 목표로 1만 톤급 여객선을 도입할 예정이다. 여객정원 600여 명, 차량 140대 수송이 가능해 전남과 제주 관광객 편의가 증대되고 물류시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목포와 제주, 일본과 동남아까지 잇는 크루즈관광도 구상 중이다.

이혁영 씨월드훼리 회장은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면 우리나라 해운 여객은 언제까지나 우물 안 개구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우수한 농수산물이 많은 제주와 전남의 주요 항구가 물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 출신인 이 회장은 1974년부터 목포에 터를 잡고 해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역 사랑이 남다른 그는 25년째 목포와 해남의 소년소녀가장과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에게 무료로 봄과 가을마다 제주 여행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피란 온 고려인을 대상으로 제주 여행 행사를 진행했다. 이 회장은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사업가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며 “이윤을 내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목포=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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