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금리 5%→2%대로 떨어지자
1~4월 잔액 41조6,000억 원 빠져나가
증시에선 외국인 몰려 '7만전자' 눈앞
지난해 11월 연 5%대를 찍었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까지 내려앉았다. 예금 이자로 원하는 수익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은행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투자로 이동하는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19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전국 19개 시중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39개의 기본금리는 연 0.95~3.75%로 나타났다. 이 중 2%대 금리 상품은 6개로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이 연 2.6%,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이 연 2.9%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3.5%)와 기본금리가 같은 상품은 3개, 그보다 높은 상품은 6개 정도였다. 최고금리를 기준으로 봐도 4%대 상품은 찾아볼 수 없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건 시중금리가 떨어진 영향이 크다. 연초 4%대에서 꾸준히 하락하던 은행채 1년물(AAA등급) 금리는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3.9%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다시 3.5%대로 낮아졌다. 기준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체 대출 잔액도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으로선 금리를 얹어주면서까지 예금으로 자금을 끌어올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금리 매력이 사라지자 은행에선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16조5,000억 원씩 늘었던 은행 정기예금은 올해 1~4월 41조6,000억 원 감소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 잔액은 같은 기간 48조2,000억 원 늘었고, 특히 고객의 돈을 모아 금리가 높은 단기상품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28조8,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주가조작 의혹 등으로 투심이 주춤하긴 했지만, 증시로도 언제든 자금 실탄이 투입될 수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둔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8일 기준 49조7,359억 원으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46조4,484억 원)보다 3조 원 넘게 늘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지난달 말 69조7,052억 원으로 반 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단 단기상품에 돈을 빼놓고 투자 기회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대규모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머니무브를 가속화할 수 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조3,533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140억 원, 4,912억 원가량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바닥론'이 확산하면서 반도체 종목에 특히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이다. 이날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5,293억 원, SK하이닉스 주식 232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32% 오른 6만8,400원에 거래를 마치며 '7만전자'를 코앞에 두게 됐다. SK하이닉스도 3.95% 올라 9만7,3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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