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여파로 올해 대부분 대회 결장 시사
‘빅3 시대’ 저물고 세대교체 시작 전망
‘흙신’ 라파엘 나달(세계 랭킹 14위·스페인)이 자신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프랑스오픈 불참과 내년 은퇴까지 예고했다.
나달은 18일(한국시간) 스페인 마요르카의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수 없다”며 “2024년은 내가 테니스 선수로 뛰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달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더딘 부상 회복 때문이다. 그는 올해 1월 호주오픈 대회 중 장요근(엉덩이허리근) 부상을 입었고 그 여파로 2회전에서 탈락했다. 이후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지만 공식경기에 나설 만큼의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이달 10일 개막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 이탈리아 로마 오픈(로마 마스터스)에 불참했고, 오는 7월 윔블던 대회에도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나달은 “지난 4개월간 애를 썼지만 호주오픈에서 당한 부상을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아마 한 달이나 한 달 반, 어쩌면 4개월간 운동을 쉴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 ‘고별시즌’ 전까지 대부분의 대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특히 나달 본인에게 가장 각별한 대회인 프랑스오픈을 포기한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그는 2005년 데뷔 이후 18년간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프랑스오픈에 출전했다. 나달은 통산 메이저 대회 우승횟수(22회)의 절반 이상(14회)을 이 대회에서만 따낼 만큼 클레이코트(바닥이 흙으로 이루어진 코트)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이로 인해 그에게는 ‘흙신’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나달이 '흙신'인 이유
프랑스 오픈 |
US 오픈 |
윔블던 |
호주 오픈 |
|
---|---|---|---|---|
우승 횟수 |
14회 |
4회 |
2회 |
2회 |
승률 |
97.4% |
84.8% |
82.9% |
82.8% |
코트 상태 |
클레이 |
하드 |
잔디 |
하드 |
지난해 코트를 떠난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에 이어 나달까지 은퇴를 예고하면서 지난 20년간 남자 테니스계를 평정했던 ‘빅 3’의 시대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달과 함께 메이저 대회 최다우승 공동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 역시 올해 호주오픈 우승 이후 연달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코비치는 17일 펼쳐진 로마 마스터스에서 덴마크의 신성 홀게르 루네(7위)에게 져 8강 탈락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마스터스 결승에서도 루네에게 졌던 조코비치는 루네와의 상대 전적에서 1-2로 밀리게 됐다. 또 지난달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열린 스르프스카오픈 8강에서 당시 70위였던 두산 라요비치(세르비아)에게 0-2로 완패했다. 그의 최근 부진을 두고 '오른쪽 팔꿈치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니스계를 삼분했던 전설들이 한발 뒤로 물러난 만큼, 이번 프랑스오픈을 계기로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선 이달 말 세계랭킹 1위 복귀를 예약한 카를로스 알카라스(2위·스페인)가 ‘제2의 나달’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는 이번 로마 마스터스에서는 예상 밖 부진으로 3회전에 조기 탈락했지만, 지난해 US오픈을 포함한 5개 대회에서 정상에 서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마드리드 마스터스에서 나달, 조코비치를 연달아 제압하며 우승했고, 올해도 같은 대회 정상에 서며 나달(2013, 2014년 우승) 이후 9년 만에 2연패에 성공했다.
이 밖에 조코비치를 제압한 루네, 2022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카스페르 루드(4위·노르웨이), 2021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스테파토스 치치파스(5위·그리스)도 새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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