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 마피아와 대통령은 어떻게 조직 범죄를 꾸몄나
신간 '푸틴의 사람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은 서구 언론에서 오랫동안 ‘우연한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푸틴이 정치를 시작하자마자 아파트 폭탄 테러가 발생했고 임기 중에도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극, 모스크바 두브롭카 음악당 점령 사건 등 각종 테러가 이어졌다.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푸틴은 강경한 대응으로 지지율을 유지했다. 수상하리만큼 반복되는 유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푸틴의 사람들'을 의심했다. 푸틴이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힘입어 권력을 유지한다는 '우연한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이런 추측과 맥이 닿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러시아 특파원 출신인 캐서린 벨턴은 '푸틴의 사람들'에서 푸틴이 독재자로 군림하기까지의 전말을 낱낱이 분석한다. 푸틴을 위해 막후에서 움직였던 푸가체프 등 당대 푸틴의 최측근까지도 저자의 '진실 탐사'에 협조한 점은 책의 설득력을 높인다.
저자는 푸틴의 사람들을 큼직한 집단 몇 곳으로 나눈다. 국가보안위원회(KGB) 무명 관료에 불과했던 푸틴이 크렘린에 입성하도록 돕고 핵심 자리를 차지한 KGB 출신들의 모임 ‘실로비키’, 푸틴이 기존 비즈니스 거물들을 숙청하고 KGB 관련자들로 새롭게 채운 재벌 집단 ‘올리가르히’, 공산당의 돈을 해외 은행 계좌로 빼돌린 검은돈 네트워크, 그 과정에 연루된 범죄 조직이 그것이다.
저자 벨턴은 푸틴의 사람들이 러시아의 국내외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경제 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1%를 간신히 넘을 정도로 정체됐다. 푸가체프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것이야말로 20세기 러시아의 비극입니다. 혁명은 전혀 완수되지 못한 겁니다.”
푸틴의 사람들·캐서린 벨턴 지음·박중서 옮김·열린책들 발행·880쪽·4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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