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김의겸·광명 양이원영·남양주 김병주 등
민주당 현역 지역구에 강성 비례대표 도전장
"재신임받아야" vs "명분 없는 출마" 신경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다지기가 한창이다.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의 텃밭을 지키기에 나섰고, 재선을 노리는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은 새로운 지역구를 찾기에 분주하다. 비례의원들은 통상 자당의 현역의원이 없는 당내 사고 지역구를 택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상대 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구 탈환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180석(위성 비례정당 포함)을 쓸어 담은 탓에 셈법이 복잡하다. 일부 비례의원들이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구를 노리면서 같은 당 현역끼리 한 지역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50명 마라톤 의총하던 날 김의겸은 군산행, 왜?
비례인 김의겸 의원은 지난 14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연등축제에 참석했다. 지역 불교계에서 부처님오신날에 앞서 진행하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에 참석하면서 지역구 다지기에 들어간 것이다. 마침 그날 국회에서는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쇄신 의원총회가 열렸다.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코인) 투자 의혹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대한 대응을 집중 논의한 자리였다. 의총에 참석한 신영대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전북 군산) 행사에 참석한 김 의원에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의총 참석 여부에 대해 "의총에 참석한 뒤 연등축제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은 의총 당일 불참자 12명 명단에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13일 전북지역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 군산 출마를 선언하며 지역구 확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군산 지역사무소 간판을 설치한 것을 유튜브로 촬영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역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당론으로 채택하기 위해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지역구 경쟁자' 겨냥한 발언 등 신경전 격화
비례의원들의 지역구 출마 선언 후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과의 신경전이 표면화하기도 한다. 경기 광명을을 노리는 양이원영 의원은 14일 의총 후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재신임받아야 한다고요? 본색을 드러내시는군요. 오히려 본인이 당원들에게 재신임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요?"라고 썼다. 양이 의원이 대상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의총에서 이 대표에게 재신임을 요구한 양기대 의원(경기 광명을)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양이 의원은 최근 양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로 이사했고, 다음 달 지역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광명 지역 현안 챙기기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구로차량기지의 광명 이전 관련 토론회에는 해당 지역구 의원인 양기대 의원과 임오경(경기 광명갑) 의원 외에 양이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한정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을에선 김병주 의원의 출마 선언 이후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이 나왔다. 김병주 의원은 지난달 13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면서 매일 행군했고 지금도 바로 옆 동네"라며 지역구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경기 남양주 도·시의원 7명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서울시에 거주하고, 강원도의 아들을 자임하면서 의정활동을 해 온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총선 압승이 내년 공천 고민으로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비례대표는 단수공천 대상에서 배제한다'는 공천 룰을 확정하면서 비례의원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졌다. 경선에서 50%를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 때문이다. 민주당이 올해 7월 31일 이전 가입한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경선 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한 만큼, 지역구 출마를 위해선 오는 7월까지 지역구 내 권리당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유리하다.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 253곳 중 152곳은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다. 남은 101곳 중 다수는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영남 지역구가 많다. 이에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더라도 수도권이나 당의 텃밭인 호남의 지역구로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의겸 의원의 경우처럼 연고지에 출마하겠다는 비례의원들을 반대할 명분도 딱히 없다. 수도권 출신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선호하는 수도권에선 '이쑤시개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지난 총선 대승이 내년 총선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고민으로 되돌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