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키오스크 뜯어 현금 훔쳐
점주 "정반대 일 벌어져 씁쓸"
'양심 손님' 미담 사례가 화제가 됐던 서울 노원구 한 무인점포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무인점포 점주는 "양심 손님 덕분에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여 만에 이런 일이 벌어져 무척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벌건 대낮에 손님이 다 보는 앞에서 무인가게가 털렸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얼마 전 서울 노원구 무인점포 양심 손님을 소개했던 점주'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한 달여 만에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고 썼다.
작성자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를 보면 남성 2명, 여성 1명으로 구성된 털이범들은 10일 오후 매장 주변을 배회하다, 4시 30분에 매장에 들어와 준비해 온 공구로 키오스크를 뜯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들이 계속 오갔지만 이들은 마치 물건을 사러 온 손님인 것처럼 행동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작성자는 "손님이 볼 때는 물건을 고르거나 결제하는 척하고 안 볼 땐 결제기를 뜯는 작업을 했다'며 "1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키오스크를 완전히 파손하고 현금을 몽땅 꺼내 갔다"고 적었다.
이 사건이 끝이 아니었다. 14일에도 오전 2시쯤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매장을 찾아와 같은 수법으로 키오스크 훼손을 시도했다. 그러나 때마침 CCTV를 통해 매장을 살펴보던 점주가 경고 방송을 했고, 이 남성은 키오스크를 뜯다 말고 황급히 달아났다.
이 매장은 지난달 3월 30일 양심 손님으로 화제가 됐던 매장이다. 5,000원짜리 반려동물 용품을 500원으로 잘못 등록해 뒀는데 실수를 알아차린 손님이 500원에 사 가는 대신, 구매수량을 10개로 설정해 제값에 사 갔다는 사연이었다. 당시 작성자는 "요즘 자영업자들 울리는 '먹튀'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양심적인 분도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적었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작성자는 "지난번 저희 가게를 다녀간 양심 손님을 보며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 다른 무인점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정반대의 일이 벌어져 피해 금액을 떠나 참 씁쓸하다"고 적었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작성자는 "수법이 워낙 일반적이지 않고 교묘해서 구체적인 수법은 알리지 않고자 한다"며 "혹시 이들을 알고 있거나 단서를 알고 있다면 신고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글에는 "요즘 불경기라 다들 너무 힘들 텐데 제가 다 화나고 속상하다", "저도 털린 적이 있어서 그 이후 금고에 보안 경보기를 달았다", "셔터를 자동으로 내리는 기능이 있어야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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