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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으로 혼탁해진 가상자산… 규제하되 창의성·업계 성장 고려를”

입력
2023.05.18 13: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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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코인 생태계 리부팅해야
블록체인 전문가 3인 인터뷰
김승주 교수 "이번 위기는 탈중앙화 본질 탐구 기회"
김지윤 대표 "코인 왜 사고파는지 모르고 뛰어들어"
이정엽 변호사 "거래소 권한·의무 명확히 규정해야"

“가상자산의 핵심은 탈중앙화입니다.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고, 그것으로 한탕 벌려는 사업자들이 넘쳐 났죠. 더 악화하기 전에 빨리 터져 다행입니다. 이번 위기가 탈중앙화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고, 그런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봅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가상자산 업계 현주소에 대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의 총평은 간단명료했다. 한국일보는 17일 블록체인 기술에 진심인 △김승주 교수 △김지윤 DSRV 대표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이정엽 변호사로부터 코인 시장이 가야할 길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탐욕에 잠식당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삐뚤어진 욕심 때문에 속고 속이는 혼탁한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불건전한 것들은 자연 도태될 것이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바탕도 생길 것으로 봤다.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투자자들이 사기적 행태를 거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생길 거라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건전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도한 규제로 기술 창의성과 가상자산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블록체인·탈중앙화가 뭔데 '사기' 파고드나

비트코인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기존 금융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등장했다. 미국 정부의 안일한 통화정책과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가 모기지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되자 탈중앙화 형태의 비트코인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탈중앙 형태로도 신뢰성과 안전성을 갖추기 위해 암호화 기술과 블록체인 네트워크(거래 기록을 분산해 저장) 시스템이 함께 적용됐다. 국가로부터 통제받지 않기에 국가 간 거래 등이 자유롭고 중앙화 시스템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부각받은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자산에 적용된 첫 사례이며, 이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가상자산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렇게 거대한 가상자산 시장이 탄생했다.

김지윤 DSRV 대표

김지윤 DSRV 대표

김지윤 DSRV 대표도 김 교수 의견에 함께했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 당시 국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 대표는 블록체인 인프라 서비스(가상자산 검증 등)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자산을 왜 팔고 사는지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며 "그 자산을 너무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 게 두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제품이 시장에 진입해 생존하고 도태되는 과정에서 금전적 피해가 생길 수 있고 규제도 생겨난다"며 "다른 자산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시장의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이정엽 변호사

블록체인법학회 회장 이정엽 변호사

법원에서 ‘블록체인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정엽 변호사는 현 상황에 대해 "다른 나라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를 금지할 규제가 없어 사기적 프로젝트가 돈을 끌어모으고 '먹튀'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발행업자는 부도덕했다"며 "자금 마련은 쉽지만 프로젝트를 필사적으로 추진할 유인이 없는 게 문제"라고 평가했다.

규제가 해결할 수 있을까

김승주 교수 주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유불급'이다. 김 교수는 "늦었지만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는 건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운을 띄웠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도의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주식과 같은 수준으로 규제해야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자율 규제를 허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엄격하게 규제하면 새로운 시도를 막아버릴 수 있다"며 "그러면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정엽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증권형 토큰(STO)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는 건 현실과 맞지 않다고 봤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선 "코인 상장심사 때 공통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며 "거래소의 권한과 의무를 명확히 규정한 뒤 거래소의 위법·탈법을 막는 여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식 시장도 그렇게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투자자 입장에서 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김지윤 대표는 우선 스캠(Scam·신용 사기)이라는 용어부터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좁은 의미로 코인을 발행한 뒤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러그풀(Rug Pool)을 스캠이라고 하지만, 넓은 의미로 는 말도 안 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코인을 발행하는 행위도 스캠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스캠 구분법에 대해 "이 제품이 왜 나왔는지, 만드는 사람들은 자격이 있는지, 제품 특성 파악이 가능하도록 자료가 충분히 제공됐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김 교수는 작정하고 속이는 건 막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캠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럴 듯한 개발자 이름을 드러내고 백서에 전문용어를 남발하며 속이는 게 스캠”이라며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315개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 [QR 코드 확대 이미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315개 상장폐지 코인 전수조사 [QR 코드 확대 이미지]

'무법지대 코인 리포트' 인터랙티브 기사로 한눈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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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지대 코인리포트

<1>'사라진 코인' 심층 보고서

<2>코인 대통령과 180개 사기극

<3>대마불사 거래소의 이면

<4>코인 생태계 리부팅해야

이성원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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