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쟈니 기타가와'의 생전 연습생 성 착취
일본 사회 묵인 속 BBC 보도로 재조명
현재 사장 "깊이 사죄... 나는 몰랐다"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쟈니즈 사무소'가 창업자이자 연예계 거물인 고(故) 쟈니 기타가와가 연습생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을 사과했다.
15일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쟈니즈 사무소의 현 사장인 후지시마 쥬리 게이코는 동영상을 통해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로 세상을 크게 소란스럽게 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기타가와의 조카인 그는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에게 깊이 사죄한다. 관계자와 팬들에게 실망과 불안을 끼친 것에 대해서도 사죄한다"고 했다.
후지시마는 그러나 "개별 고발 내용에 대해 '사실'이다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며 성폭력 사실을 깔끔하게 인정하지 않았다. 기타가와가 사장이었을 때 이사를 맡고 있었음에도 "(기타가와의 성폭력을) 몰랐다"고 했다. 쟈니즈의 팬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제3자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기타가와, 생전 성폭력 사실 인정됐는데도 일본 언론 묵인
2019년 사망한 기타가와는 1962년 쟈니즈 사무소를 만들어 일본을 대표하는 남성 그룹 '스마프(SMAP)'와 '아라시' 등을 키운 '일본 아이돌의 대부'다. 남성 연습생들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이를 보도한 주간지 슈칸분슌과 명예훼손 소송도 벌였다.
기타가와의 성폭력은 법정에서 사실로 인정됐지만, 다른 일본 언론들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쟈니즈가 소속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보이콧하는 것으로 보복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19년 그가 사망했을 때도 일본 언론은 성폭력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관련기사: 일본 아이돌 대부 ‘쟈니’의 소년 성폭력, 사후에도 쉬쉬하는 이유)
영국 BBC가 재점화... 일본 언론도 자성
영국 BBC방송은 올해 3월 '포식자: J-POP의 비밀 스캔들'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기타가와 성폭력 사건을 재조명했다. 피해자의 증언이 방송을 탄 뒤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달았다. 쟈니즈 출신 가수인 가우안 오카모토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타가와로부터 15∼20회의 성적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일본 언론의 태도도 바뀌었다. 공영방송인 NHK가 첫 보도를 했고, 민영방송 TBS도 간판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쟈니즈 사건을 묵인한 것을 반성했다. 팬 1만5,000명이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 운동까지 벌이자 쟈니즈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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