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 인터뷰
"당 윤리위의 '정치적 해법' 언급은 적절치 않은 발언이었습니다."
박진호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은 지난 10일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에 대한 중앙윤리위의 징계 결정 과정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황정근 윤리위원장이 징계를 결정하기 전 '정치적 해법'을 언급하며 자진사퇴 시 징계 감경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두고 한 발언이다. 이양희 전 위원장 체제에서 활동했던 박진호 전 국민의힘 윤리위원으로부터 지난 9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와 12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당내 윤리기구의 역할과 한계를 들어봤다.
"심의 개시 후, 징계 지체 없이 진행돼야"
박 전 위원은 김재원·태영호 전 최고위원 징계 결정과 관련해 "태 전 최고위원의 자진사퇴가 징계 수위 결정에 참작될 수 있다 본다"면서도 "다만 당사자 소명까지 듣고 난 상황에서 이를 고려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치인의 '책임지는 자세'는 적어도 윤리위 징계 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태 전 최고위원의 자진사퇴가) 사죄의 의미인지 아니면 징계를 낮추기 위한 수단인지 판단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이유로 두 사람에 대한 징계 결정을 잠시 미룬 것도 문제 삼았다. 그는 "윤리위는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기구"라며 "윤리위원들이 상황 변화를 고려할 사안이 있었다면 진작 (당사자들) 본인이 해소할 수 있다. 징계에서 벗어날 동력은 스스로 확보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윤리위 예측가능성 높이고 지도부 입김 배제 필요"
현역 의원들의 윤리위 참여가 당 지도부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그는 "윤리위도 정당 내부 조직이기 때문에 구성과 활동에서 당 지도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역 의원 참여 시) 심의 과정에서 정무적 상황을 설명하고 당내 분위기를 전달받게 된다"고 인정했다.
특히 당내 윤리기구가 자체적으로 중립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분명한 징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윤리위에 가보니 소위 '양형 기준'이라는 게 없었다. 천차만별이었다"고 했다. 이어 "정치 상황은 늘 변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단하고 규율할 수 있는 당헌당규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적어도 '이 선을 넘으면 내가 징계 대상이 된다'는 예측 가능성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은 김일성 지시로 발생했다'고 발언한 태 전 최고위원의 사례를 들어 "대다수의 국민들이 갖고 있는 '통설'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할 때에는 정치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당내 윤리기구를 활용하는 행태도 고쳐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윤리위 결정에 대한 특별사유가 발생할 경우 당대표가 최고위 의결을 거쳐 취소·변경할 수 있다"며 "일단 윤리위는 원칙대로 심의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이 지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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