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업체 대표 등 3명 기소
해외지사 통해 1800억 원 코인 매매
무역대금처럼 속여 투자수익 해외로
검찰, 해외 자금원 추적 과정서 밝혀
가상자산을 이용한 9조 원대 불법 외화송금 사건에 코스닥 상장사 대표와 부사장, 부장까지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자본 없이 인수합병(M&A)한 상장사에서 155억 원을 횡령하고, 해외지사를 통해 불법으로 1,80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거래한 뒤 현금화해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10일 코스닥 상장사이자 반도체 후공정업체 A사 대표 B씨와 부사장 C씨, 대외협력부장 D씨를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 등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 등은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고, 회사 일본지사를 통해 약 1,800억 원어치 가상자산을 거래했다. 일본 현지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전자지갑으로 옮겨 국내 거래소에서 다시 매도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냈다. 같은 가상자산이라도 일본 거래소보다 국내 거래소 거래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렸다. 이들은 차익을 무역대금으로 가장해 다시 해외로 빼돌렸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부터 검찰이 수사 중인 가상자산을 이용한 9조 원대 불법 외화송금 사건 자금원 추적 과정에서 드러났다. A사 일본지사 근무 직원 E씨가 ‘총괄매니저’라는 직함으로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수사를 확대했다. 검찰 관계자는 "E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돼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B씨 등은 회삿돈 횡령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A사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시공업체에 교부한 공사대금을 돌려받아 개인 사업 등에 임의로 사용하는 등 자금 80억 원을 횡령했다. B씨 개인소유 리조트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데 회사자금 35억 원을 썼고, 구입하지 않은 장비를 산 것처럼 회사자금 40억 원을 지급한 뒤 돌려받아 채무 변제에 사용하는 등 총 155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무자본 M&A로 A사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적자 폭이 급증했는데, 이는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듯 회사자금을 횡령했기 때문”이라며 “B씨 등의 ‘기업사냥’은 작년 10월 주력 사업부문 매각, 올해 1월 주요 자산 처분 등 소위 ‘엑시트(투자금 회수)’ 단계에 있었으나 본건 수사로 범행의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지검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9조 원대 불법 외화송금 사건과 관련해 17명을 재판에 넘기고 해외에서 범행에 가담한 공범 10명의 송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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