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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의 반작용?... 중국, '최신형 미국산 칩' 빼고 AI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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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의 반작용?... 중국, '최신형 미국산 칩' 빼고 AI 기술 개발

입력
2023.05.08 20:00
수정
2023.05.08 22:3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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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 AI 공동 연구·개발
고성능 칩 부족하자 '저성능 칩 결합' 시도
미국의 학술·산업 정보 접근도 차단 '맞불'

미중 갈등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갈등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홀로서기'를 촉진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산 최신 반도체를 수입할 수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쓰거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첨단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성능 칩 분야에서 당장 미국 기업을 따라잡긴 힘들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 독자 기술력을 확보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중국 인터넷 감독 당국이 민감한 자국 정보에 대한 해외 기관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군의 첨단 반도체·AI 기술 활용 등을 다룬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가 그 반작용으로 중국의 기술 개발과 정보 통제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두, 화웨이 칩으로 AI '어니봇' 개발

지난달 26일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화웨이 5GtoB' 연구소에서 화웨이 관계자가 각국 취재진 앞에서 화웨이의 다양한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화웨이 제공

지난달 26일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화웨이 5GtoB' 연구소에서 화웨이 관계자가 각국 취재진 앞에서 화웨이의 다양한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화웨이 제공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바이두·알리바바 등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첨단 AI 기술의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미국산 고성능 칩을 더 이상 들여올 수 없게 된 탓이다.

현재 AI 분야에서 인기가 많은 칩으로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A100, H100 등이 꼽힌다. 그러나 중국의 보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예컨대 챗GPT 같은 대화형 AI 개발·구동엔 A100가 5,000~1만 개가 필요한데, 중국엔 4만~5만 개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H800 등 저성능 칩은 지금도 수입할 수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WSJ는 "1,000개의 H100 성능 구현을 위해선 3,000개 이상의 H800이 필요하다"며 비용 문제가 크다고 전했다.

중국은 자국 기업 또는 구형 칩에서 '대안'을 찾았다. 일단 바이두는 챗GPT와 유사한 AI '어니봇' 개발을 위해 A100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화웨이의 '어센드' 등 중국산 칩 활용 방안 연구에 나섰다. 다른 중국 IT기업들도 H800 같은 저성능 칩 3, 4개를 묶어 최신 칩의 성능을 내는 방안을 찾는가 하면, 중국형 AI 모델 훈련을 위한 새로운 컴퓨터 클러스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 성과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한 IT 분석가는 WSJ 인터뷰에서 "(바이두와 텐센트 등이) 최근 일부 실험에 성공하는 등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AI 다룬 미 싱크탱크 보고서에 '발칵'

지난 3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외곽 벽에 새겨진 기업 로고. 베이징=AFP 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외곽 벽에 새겨진 기업 로고.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은 자국의 안보·첨단 산업 동향을 상시 주시하던 미국의 '눈'을 가리는 정책 수위도 끌어올리고 있다. WSJ는 이날 '미국 싱크탱크의 보고서가 베이징이 중국 정보를 비밀에 부치도록 자극했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사실 중국의 정보 통제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3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자국의 정보 제공업체들에 "기업 및 학술 정보 등을 해외 단체에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최대 학술정보 사이트 '즈왕'은 해외 대학 및 연구기관의 자료 접근을 거부하고 있고, 시장조사기관인 '윈드'도 미국 등에 주요 기업 증권 정보 및 거시경제 통계 제공을 중단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조치는 미국 싱크탱크가 중국의 AI 개발 동향 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는 걸 인지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중국은 미 조지타운대의 안보·신기술센터와 워싱턴의 신미국안보센터의 보고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WSJ는 "AI 국가사업에 동원될 수 있는 중국의 학자 명단, 중국군·민간 기업의 AI 기술 융합과 관련한 구체적 진행 상황이 기재됐다"고 전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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