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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해결 과제 잘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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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스타'가 될 수 있을까... "해결 과제 잘 풀어야"

입력
2023.05.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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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제 폐지' 대처·왕실 현대화가 급선무
영연방 결속 다지고 왕실 관리도 힘써야
NYT "평생 동안 '주연' 맡았던 적 없어"

6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이날 대관식을 마친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6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이날 대관식을 마친 찰스 3세(왼쪽)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찰스 3세는 왕이 됐다. 그러나 ‘스타’가 될 수 있을까?”

6일(현지시간)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대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날 성대한 행사의 주인공은 분명히 찰스 3세였으나, 영국 군주에 걸맞는 ‘대중적 인기’를 얻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 주목 받은 건 다이애나빈과의 결혼과 이혼

찰스 3세는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왕세자’ 자리를 지켰다. 1958년 왕세자에 책봉돼 지난해 9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 직후 국왕에 즉위했으니, 무려 64년간 왕세자로 지낸 것이다. ‘왕관’을 쓴 건 왕세자가 된 지 65년 만이다.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이 각각 15차례, 14차례 바뀔 정도의 기나긴 시간이었다. 거의 평생 동안 왕위 승계를 위해 대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찰스 3세는 1948년 11월 14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당시 왕위 계승권자였던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4세 때 모친의 여왕 즉위로 승계 서열 1위가 됐고, 왕세자 책봉이 됐을 땐 만 9세에 불과했다. ‘강한 군주’를 키우려는 군 출신 아버지의 바람으로 스코틀랜드 기숙학교인 고든학교에 다녔다. 섬세하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이었던 탓인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이 시절을 ‘생지옥’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1981년 7월 29일 영국 런던에서 결혼식을 올린 다이애나(왼쪽 두 번째) 영국 왕세자빈과 찰스(세 번째) 왕세자가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란히 서 있다. 두 사람은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1996년 8월 이혼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1981년 7월 29일 영국 런던에서 결혼식을 올린 다이애나(왼쪽 두 번째) 영국 왕세자빈과 찰스(세 번째) 왕세자가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란히 서 있다. 두 사람은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하는 데 실패했고, 결국 1996년 8월 이혼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어머니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왕세자 찰스’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계기는 다이애나빈과의 결혼, 그리고 이혼이었다. 1981년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열두 살 연하였던 다이애나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으나, 부부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전 연인이었던 유부녀 커밀라 파커 볼스와 불륜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즉위 8개월간 안정적... "국민적 호감 얻어"

결국 두 사람은 1992년 별거를 발표했다. 영국 왕실로선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급기야 1995년 다이애나빈은 BBC방송 인터뷰 중 “결혼에 세 명이 있어서 좀 복잡하다”며 찰스 3세의 불륜을 직접적으로 확인했다. 1996년 8월 두 사람의 이혼, 1년 후인 1997년 8월 다이애나빈의 교통사고 사망 등이 잇따르면서 찰스 3세의 인기는 물론, 왕실 전체의 신뢰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찰스 3세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기후 문제와 문화유산 보존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고, 대중을 향해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9월 국왕 즉위 후 8개월간 안정적 역할을 수행하며 ‘오래 준비해 온 국왕답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BBC는 “어머니나 첫째 아들 윌리엄 왕세자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의 호감을 얻고 있다”며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엇보다 영국 내에서 갈수록 커지는 ‘군주제 폐지’ 여론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향후 찰스 3세의 입지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왕실 현대화’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또, 영연방 국가들의 이탈 움직임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국주의 과거를 청산하고 영연방 결속을 다져야 하지만, 공화제 전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을 마친 뒤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복귀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6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을 마친 뒤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복귀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왕실 드라마의 '진짜 주연' 가능할까

왕실 관리 역시 해묵은 숙제다.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와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원만히 풀어야 하고,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된 동생 앤드루 왕자와 관련해서도 여론 악화를 막아내야 할 상황이다.

NYT는 이날 대관식에 대해 “찰스 3세를 단지 ‘리더(leader)’만이 아니라, ‘리드(leadㆍ연극이나 영화의 주인공)’로 소개하는 게 메시지였다”며 “하지만 무리한 주문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선 “찰스 3세는 수십 년간 국제적 명성을 누린 인물이었음에도, 그의 스토리 대부분은 어머니와 아내, 자녀의 얘기였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찰스 3세가 ‘스타’였던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찰스 3세로선 여러 난제들을 잘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국왕, 다시 말해 ‘영국 왕실 드라마의 진정한 주연’이 되는 지름길인 셈이다.

김정우 기자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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