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1분기 영업이익, 60% 이상 하락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정유업계가 1분기 저조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추락한 데다 글로벌 수요 위축 현상까지 지속되면서다. 업계에서는 지금 분위기가 2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까지 발표된 정유업계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5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배터리 사업의 선전으로 매출은 19조1,4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조8,814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2,741억 원 줄었다.
영업손실이 났던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모든 정유사들이 60%가 넘는 영업이익 하락을 맛봤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도 1분기 영업이익 5,15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61.3% 감소했고,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590억 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3.2%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정유업계 수익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제유가 하락세와 맞물려 정제마진이 크게 줄어든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보통 정제마진이 4, 5달러 수준은 돼야 정유사에 이익이 남는데 최근엔 3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고 봤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값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국제 유가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정유업계로서는 속이 타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본격화와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돌입에 기대를 거는데, 이마저도 늦어질 경우 2분기엔 흑자 유지도 장담 못 한다"고 했다.
해외 물동량 또한 회복되지 않으면서 증권가에서도 경고음이 나온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디젤 약세가 두드러진다"며 "이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 디젤 수요의 약 70%는 트럭 운송과 관련 있는데 최근 주요 항구의 물동량 감소가 이를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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