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별법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고 해도 피해자 요건에 맞지 않는다거나, 받을 수 있는 지원이 하나도 없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옵니다."
최은선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A연립주택 피해자 대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피해자 반응은 냉랭하다. 특별법으로 구제를 받기에 기준이 여전히 협소하고 모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 최은선씨는 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국토교통부가 특별법 적용을 받기 위한 요건을 6개에서 일부 줄였지만 축소가 아닌 병합으로, 여전히 기준이 협소하다 보니 당장 우리 집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면서 "특별법이 통과돼 바로 시행될지 여부도 알 수 없어서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큰 기대를 걸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특별법 지원 대상 요건을 공개했다가 비판을 받자 지난 1일 수정안을 내놨다. 수정안에서는 △보증금 3억 원 이하(단 150% 범위 내 조정 가능)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지 못한 경우 △경·공매가 진행 중이거나 임대인 파산·회생 절차 개시한 주택 △수사 개시 외에도 전세사기 고의성이 의심되는 경우 △대항력이 없고 확정일자를 못 받았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이다. 기존 요건에서 면적(전용 85㎡ 이하) 등 일부가 빠졌다. 국토교통부는 "자력으로 보증금 회수가 가능한 소수의 일부 세대를 제외한 모든 임차인이 완화한 특별법 적용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 반응은 다르다.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특별법이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를 많이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원안처럼 온갖 조건이 걸려 있었다"며 "수정안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안해주겠다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는 "특별법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 해도 실제 지원 단계에서 소득 기준 등을 적용해 지원을 안 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은행 대출이 없거나 기존에 살던 주택이 비가 새는 등 부실시공 피해가 심각해 우선매수권이 소용없는 경우 등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없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특히 임대인 등의 기망·동시진행(건축주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바지 사장 등에게 매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 구체화된 고의성 의심 부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제기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세사기 고의성 부분은 더 뚜렷한 기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며 "사회경험이 적거나 고령인 경우 자신이 특별법 적용 대상이 맞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 지역별로 온도차도 느껴진다. 수도권의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경기 화성시 동탄 오피스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이번 특별법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며 "미추홀구 피해자 대부분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정부 태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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