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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불안, 집주인 카톡마저 궁금한

입력
2023.05.06 00: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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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비판 집회가 1일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주최로 전세사기 관련 특별법 비판 집회가 1일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몇 년 전 집을 구하던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전세는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매달 지출해야 하는 월세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에게 거액의 돈을 맡기는 셈이라 불안했지만 전세가 워낙 흔한 거주 형태였기 때문에 넘어갔다. 현실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세를 이용해 왔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다.

그때 선택에 대한 생각은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라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엔 만족했다. 월세가 사라지니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집값 폭등기에는 후회했다. 차라리 그때 더 대출해서 아파트 매매를 할 것을 말이다. 그리고 하락기가 찾아왔다. 이제는 불안하다. 전세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를 도배한다. 수백 채의 빌라를 쥔 통칭 '빌라왕', 정확히는 '전세사기범'이 채무를 갚지 않은 채 파산해 버렸다. 그에게 집을 임차한 사람들 수백 명은 순식간에 전세금과 살 곳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충격적인 것은 집주인이 파산한 채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불거진 곳에는 집을 담보로 근저당이 잡혀 있었고,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 처리되었다. 경매 수익은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이 가져가고 임차인에게 남은 몫은 없었다. 이때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집주인에게 현실적으로 전세금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

그래서 절망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살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빌라 전세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2030 사회 초년생들이다. 금융 지식도 부족하고 모은 돈도 적었을 것이다. 전 재산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거주지에서는 나가야 하는데 은행은 대출 상환을 요구한다.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회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전세는 한국에 만연한 제도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이용해 왔고, 1금융권 은행에도 전세대출이라는 상품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세를 매매나 월세에 준하는 선택지 중 하나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집주인도 은행에 대출을 하고, 세입자도 대출을 해서 집주인에게 빌려주는 사금융이 낀 이중 레버리지 상품이었던 것이다. 큰 리스크에 비해 집값은 계속해서 오를 것이고 집주인은 도덕적일 것이라는 허술한 전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전세 제도 자체를 금지하거나, 전세 가능 조건이 더 까다롭거나, 리스크 해소 절차가 더 탄탄하게 존재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 시스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더 모래성과 같고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이 문제는 전세 제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 수준 하락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내 계약 조건은 어떤지 돌아보게 되었다. 근저당이 없고 전세권을 설정해 놔서 조금 안심이 되다가도, 집주인이 국세 체납이 있으면 국가가 선순위자라는데 세금 문제는 없는지 불안해졌다. 그나마 법이 최근에 개정되어 2023년 4월부터는 국세 체납여부 확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한다. 세무서에 방문해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괜스레 집주인 카톡을 열어봤다. 잘 지내시는지. 별 탈 없이 우리의 계약 관계가 마무리되기를 소망하면서.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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