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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로 빚어낸 세계…라울 뒤피의 대표작 석판화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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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채로 빚어낸 세계…라울 뒤피의 대표작 석판화 한국에

입력
2023.05.18 15:00
수정
2023.05.18 17: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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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의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이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라울 뒤피의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이 지난달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김민호 기자


1937년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는 주최국 프랑스에게는 제1차세계대전의 상처를 극복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였다. 미술사가 이현에 따르면 프랑스는 박람회의 어떤 건물보다도 ‘전력공사’ 건물에 신경을 썼다. 이 건물의 벽장식으로 탄생한 그림이 당대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인 ‘전기의 요정’이다. 프랑스의 거장 라울 뒤피(1877~1953)는 가로 60m, 세로 10m의 화폭에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전기의 역사를 담았다. 퀴리부인, 에디슨, 벨 등 전기와 관련된 110명의 기라성 같은 철학자와 과학자가 등장한다. 현재 파리시립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이 작품을 6m 남짓한 크기로 축소한 석판화가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 특별전 ‘라울 뒤피: 색채의 선율’이 9월 1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뒤피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후일 야수파와 입체파 등 다양한 작풍을 선보였다. 그는 또 섬유 디자이너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라울 뒤피의 유화, 수채화, 과슈, 판화, 드로잉을 비롯해 그가 제작한 드레스와 직물 등 180여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뒤피의 고향 르 아브르 시립미술관인 ‘앙드로 말로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자화상’(1945년)을 비롯해 작가의 대표작인 ‘붉은 조각상이 있는 라울 뒤피의 아틀리에’(1949년) 등도 한국을 찾았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프랑스 트루아 미술관의 에릭 블랑슈고쥬 관장은 “뒤피는 ‘내 눈은 추한 것을 제외하기 위해서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면서 “한국 관람객이 뒤피에게 흠뻑 젖어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라울 뒤피가 제작한 '전기의 요정' 석판화. 김민호 기자

라울 뒤피가 제작한 '전기의 요정' 석판화. 김민호 기자


전시장에서는 유독 푸른색이 강조된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뒤피의 부인을 그린 ‘에밀리엔느 뒤피의 초상’(1930년)부터 뒤피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생선과 과일 등의 소재가 잘 나타난 ‘물고기와 과일이 있는 정물’(1920~1922년),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깃발을 장식한 배들’(1946년)에 이르기까지 푸른색이 전면에 칠해진 그림이 많다. 실제로 푸른색은 뒤피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뒤피는 생전에 “푸른색은 늘 푸른색이다. 짙어도 푸른색이고 옅어도 푸른색이기 때문이다. 붉은 색은 짙어지면 자주색, 옅어지면 분홍색이 되지만 푸른색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전시의 백미는 1951~1953년 제작된 ‘전기의 요정’의 석판화다. 벽화로 제작된 ‘전기의 요정’을 어디서나 볼 수 있도록 축소한 작품으로 모두 385점이 만들어졌다. 석판화 공개는 뒤피의 사후 이뤄졌지만 그는 제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전시장에서는 ‘전기의 요정’을 위한 습작 3점도 볼 수 있다.

뒤피의 그림은 ‘한 번에 그렸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선과 색이 호쾌하게 그려졌는데 그는 사실 작품을 제작하기 이전에 습작을 반복해서 그려보는 ‘고전적 작가’였다. 블랑슈고쥬 관장은 “겉보기에는 선이 단순하고 빠른 것 같지만 전기의 요정만 해도 부분마다 습작을 5, 6점씩 그렸다”면서 “빠르게 그린 선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열심히 연습해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를 빛내기 위한 대형 벽화를 그려낸 거장의 치밀한 면모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에밀리엔느 뒤피의 초상’(1930년). 김민호 기자

‘에밀리엔느 뒤피의 초상’(1930년). 김민호 기자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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