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문자→문의→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급증
3월 보이스피싱 10건 중 6건이 ‘기관 사칭’
경찰 “모르는 전화ㆍ문자, 무조건 의심해야”
‘해외직구 결제 63만9,900원 결제 완료, 아닐 시 고객센터 신고’
A씨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그는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한 적이 없었다. 다급하게 문자에 찍힌 고객센터로 전화해보니, 직원은 “사이트 링크를 보내줄 테니 직접 취소하라”고 했다. A씨는 안내한 대로 링크를 눌렀다. 그의 휴대폰에는 걸고 받는 모든 전화와 문자를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강수강발(강제수신ㆍ강제발신)’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이 깔렸다.
이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대표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A씨 계좌가 범행에 이용됐고,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사건번호와 연락처 등을 알려줬다. 해당 번호로 전화하자 자신을 ‘담당 검사’라고 소개하는 이가 “수사에 협조하라”, “공범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겁에 질린 A씨는 이들이 시키는 대로 거액의 돈을 송금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일 A씨 사례처럼 ‘미끼’ 문자를 이용한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3월 보이스피싱 발생건수(1,751건) 중 검찰ㆍ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한 비율이 1,108건(63.3%)에 달했다. 나머지는 저금리 대환대출이나 생계자금 지원 등 은행을 사칭하는 ‘대출 사기형’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대출 사기형과 기관 사칭형 비중이 7대 3이나 8대 2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기관 사칭형 범죄가 급증하며 역전됐다.
수법 또한 진화하고 있다. 기관 사칭형 범죄는 불법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등을 사들여 미리 피해자 이름과 직장 등을 숙지한 뒤 접근해 가짜 검사 신분증과 사건 관련 공문, 구속영장 청구서 등을 제시하며 협박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출 사기형처럼 미끼 문자를 불특정 다수에게 뿌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해외직구 결제 문자는 물론, ‘OOO님 계좌가 신규 개설되었습니다’, ‘택배 미수령 확인 요망’, ‘OOO님 결혼 청첩장’ 등 형식도 다양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범행 수법과 특징을 평소에 숙지하고, 모르는 전화ㆍ문자ㆍ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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