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과 통폐합 '44건'일 때 지방사립대 '471건'
지방 국립대 학과 통폐합도 3년간 173건
최근 3년간 지방 사립대의 학과 통폐합이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11배가량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저출산과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지방 사립대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학과를 통폐합한 결과다. 이 과정에 정작 등록금을 낸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는 없어 학내 구성원 간 분열이 심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0~2022년 전국 4년제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년제 대학의 학과 통폐합은 모두 795건이었다. 서울 소재 대학이 44건(5.5%), 지방 사립대는 471건(59.2%)이었다. 학과 통폐합 10건 중 6건은 지방 사립대에서 발생한 셈이다. 지방 사립대의 학과 통폐합은 2020년 115건에서 2021년 164건, 지난해 192건으로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의 4년제 대학은 39개(국공립 5, 사립 34)이고, 비수도권의 4년제 대학은 121개(국공립 31개, 사립 90개)이다.
지방 국립대도 어려운 상황인 것은 비슷했다. 최근 3년간 지방 국립대의 학과 통폐합은 모두 173건으로 전체의 21.8%를 차지했다. 2020년 20건, 2021년 42건, 지난해 111건으로 급증했다. 류 의원은 "지난해 건수는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 통합에 따른 유사중복학과 통폐합(30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이를 빼더라도 2021년보다 39건 증가하는 등 지방 국립대의 학과 통폐합 문제 또한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폐합을 학과 계열로 구분하면 인문·사회계가 324건(40.8%), 자연·공학계와 보건·의학계가 370건(46.5%)이었다. 지방 사립대에서 가장 많은 통폐합이 이뤄진 학과 계열은 인문·사회계(471건 중 223건)였다. 지방 국립대는 자연·공학계와 보건·의학계(370건 중 135건)에서 통폐합이 가장 많았다.
류 의원실에 따르면, 다른 분야의 학과를 물리적으로 통합하거나, 학과의 정체성이 완전히 달라지는데도 두 개 이상의 학과 또는 학부를 통합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해도 구조조정이 강행됐고, 반발한 학생이 징계를 받는 등 갈등이 촉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 대학이 학과 통폐합 추진 시 학생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안(고등교육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류 의원은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학생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며 "학과 통폐합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이라며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