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천신만고 끝에 첫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18일 파행됐던 첫 전원회의 때와 달리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27명이 모두 제 시간에 착석해 정족수를 채웠지만, 회의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돼 앞으로의 난항을 예고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제1차 전원회의를 2일 개최했다. 공익위원이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구심점이 돼야 하고,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위원들은 끝까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임해달라"고 요구했다.
회의에선 1차 전원회의 파행의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기싸움이 이어졌다. 당초 1차 회의는 지난달 1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당시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 경력 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면서 회의가 파행됐다. 권 교수가 정부의 노동개혁 방안을 연구한 연구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중립적인 최저임금 심의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사용자위원들은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곧 자리를 떴고, 박준식 위원장과 권 교수를 포함한 공익위원들은 현장 정리를 요구하며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0여 분을 기다린 끝에 근로자위원들마저 자리를 떠 결국 회의는 무산됐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달 위원들을 소집해놓고 회의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것,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 역할을 저버린 것 모두 공익위원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주장의 맞고 틀림을 떠나 실력행사로 회의 진행을 어렵게 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노동계에선 '권순원 사퇴' 등의 피켓을 내걸었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권 교수는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 그는 "생각의 다름을 이유로 위원 사퇴를 요구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행태는 정당한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공익위원직 사퇴는 있을 수 없으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공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발언 막바지엔 설전도 있었다. 박희은 부위원장이 "지난 회의 파행에 대해 위원장이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하자 박준식 위원장은 "사과할 것이 없다"고 받아쳤고, "회의 파행에 위원장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노동계가 경영계뿐 아니라 공익위원들과도 부딪히면서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올해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1만2,000원을 요구한 상태이고, 경영계는 "동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 기한은 6월 29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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