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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주가조작 몰랐다"... 3대 구멍 뚫린 금융당국 감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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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주가조작 몰랐다"... 3대 구멍 뚫린 금융당국 감시망

입력
2023.05.01 17:30
수정
2023.05.01 18:30
2면
0 0

최전선 거래소 '심리' 기능 작동 못해
금융위 "제보 다음 날 조사 착수" 불구
제보 의존하는 조사 방식 개선 필요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차액결제거래(CFD)' '하루 1%씩 상승' 등 주가조작 세력의 신무기가 금융당국의 3각 감시망을 뚫었다. 시스템, 조사, 공조 3가지 허점을 노출하며 나흘(지난달 24~27일) 새 8조2,083억 원을 증발시킨 외국계 증권사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경과 개선점을 짚어봤다.

주가조작 처리는… 거래소→당국→검찰

1일 금융당국의 조사 기능을 규율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를 보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는 '심리→조사→수사' 단계로 이뤄진다. 첫 단계인 '심리'는 한국거래소 역할로, 일차적으로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감시하고 그 결과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통보하게 된다. 거래소는 이상거래 등이 포착되면 당국에 통보하기 전 별도의 시장경보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울려야 할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거래소의 투자경고 종목 지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거래소가 주가 및 거래량 급변을 이유로 조회공시를 요구한 경우도 없었다. 일부 급상승한 종목만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을 뿐이다. 일차적 단계부터 구멍이 뚫린 셈이다.

주가조작 세력이 진화한 수법을 이용해 감시망을 뚫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주가조작은 통상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패턴을 보이지만 이번 사례는 1년 이상 장기적으로 주가를 조금씩 밀어 올렸다. 또 CFD를 이용해 거래 주체를 '와국인'으로 둔갑시켜 감시망을 벗어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에 이상거래 여부가 드러나면서 세부 계좌를 열어보고 있다"며 "조만간 거래 주체가 추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금융당국 "늑장 대응 없었다"

다음은 '조사' 단계로 금융위와 금감원 관할이다. 조사 시작 계기는 통상 ①거래소로부터 혐의사실을 이첩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사태처럼 ②위법행위에 관한 제보를 받거나 조사를 의뢰하는 민원을 접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③특정 종목들에 대한 기획조사를 벌일 수도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사안에 따라 고발·통보 조치가 이뤄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금융위는 통상 거래소로부터 혐의사실을 이첩받을 경우 사안에 따라 단독 처리하거나 금감원에 배당한다. 금융위는 금감원과 달리 압수수색·포렌식 등 강제조사권이 있기 때문에 신속한 사건 처리가 가능하다. 금감원 독자적으로 제보를 받거나 기획조사를 할 때더라도, 강제수사가 필요하면 금융위가 함께 조사에 참여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금융위·금감원 공조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신속하게 조사가 시작됐는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례 없는 사태에 대한 공조가 아쉽다.

금융위는 '늑장 대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쯤 관련자로부터 '주가조작' 제보를 입수했다. 제보 내용에 대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금융위는 다음 날부터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검찰과 공조 끝에 약 2주 만에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일당의 주거지·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획조사 능력 개선해야"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로 제보에 의존하는 기존 조사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거래소의 이상징후 탐지 범위를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국 내부에서 제기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장대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1년 넘게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건 당국이 반성할 지점"이라며 "자체 기획조사 능력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 단계부터 저인망식으로 모든 거래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문제는 언제나 비용"이라며 "일단 이번 조사를 마무리한 뒤 개선할 사항은 없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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