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발생률·실업률 모두 최근 10년 중 최저
경찰·소방관 증원으로 사회 안전망 강화됐지만
아동학대 늘고, 10·20대 자살률 증가
낮은 범죄발생률·실업률 등 번지르르해진 겉모습과 달리, 한국 사회의 내면은 점점 더 심하게 곪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안전망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가족 안전망’이 무너지면서 사회적 고립도와 아동학대가 크게 늘었다. 자살률도 치솟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세계 안전의 날인 28일을 맞아 발표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를 보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범죄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774건(2021년 기준)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낮다. 2017년 10만 명당 322.2건 발생했던 폭행은 2021년 231.0건으로 확 떨어졌고, 같은 기간 살인(1.7→1.3건)과 강도(1.9→1.0건) 등 강력범죄도 줄었다. 지난해 실업률(2.9%) 역시 전년(3.7%)보다 감소하며 지난 10년 중 가장 낮았다.
공공안전 역량도 한층 강화됐다. 계속적인 증원으로 경찰공무원 1명이 담당하는 국민 수는 2011년 501명에서 2021년 400명으로 낮아졌다. 소방공무원 1명당 국민 수 역시 같은 기간 1,341명에서 807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 기간 인구 1,000명당 병원 병상 수는 확대(9.5→12.8개)됐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오히려 이전보다 외로움이 더 짙어졌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 받을 사람이 없는 비율을 뜻하는 사회적 고립도는 34.1%(2021년 기준)에 달했다. 직전 조사(2019년·27.7%)보다 크게 늘었다. 남성(36.6%)이 여성(31.6%)보다 사회적 고립도가 높았으며, 60세 이상 노령층에선 이 비율이 41.6%까지 뛰었다.
인구 10만 명당 아동학대 경험률도 2020년 401.6건에서 2021년 502.2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10년 전(61.6건)보다 8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사회적 경쟁이 날로 극심해진 탓에 1020세대의 자살률이 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연령이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은 경향은 여전하지만, 10대의 자살 건수는 2020년 10만 명당 6.5건에서 2021년 7.1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도 21.7건에서 23.5건으로 확대됐다. 반면 자살률이 가장 높은 80대에선 오히려 소폭 감소(62.6건→61.3건)했다.
한국 사회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1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0명에 달했는데, 이보다 낮은 2020년 기준(24.1명)으로 비교해도 OECD 평균(11.1명)보다 두 배 이상 높다. 2위인 리투아니아(20.3명)나 3위인 슬로베니아(15.7명)의 자살률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223명으로 1년 전보다 143명(6.9%) 증가했다. 산재 사망자 수는 2019년 이후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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