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2번 다르덴 형제 감독 첫 방한
27일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상영
"외국인 차별 현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한국에 처음 오게 돼 너무 기쁩니다. 한국은 거장이 많아서 영화로만 알고 있었습니다.”(뤼크 다르덴 감독)
벨기에의 세계적 영화감독 장 피에르ㆍ뤼크 다르덴 형제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첫 방문했다. 다르덴 형제는 2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전주영화제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2022) 기자회견을 열고 방한 소감과 함께 새 영화를 소개했다.
다르덴 형제는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만 아홉 차례 초청됐다. ‘로제타’(1999)와 ‘차일드’(2005)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자전거 탄 소년’(2011)으로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로나의 침묵’(2008)으로는 각본상을, ‘소년 아메드’(2019)로는 감독상을 각각 차지하기도 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75주년 특별상을 수상했다. 민성욱 전주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감독들”이라고 다르덴 형제를 소개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원하는 감정을 담기 위해 한 장면을 81번을 촬영한 적이 있다는 말을 식사하며 두 분에게 들었다”며 형제의 작업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토리와 로키타’는 이민자와 불법체류자, 가난한 자에 카메라 초점을 맞춰온 다르덴 형제의 오랜 주제의식을 이어받는다. 벨기에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아프리카 소녀 로키타(졸리 음분두)와 소년 토리(파블로 실스)의 우정이 화면을 채운다. 두 사람은 남매처럼 가까운 사이이나 대마재배 범죄에 휘말리면서 어려움에 처한다. 영화는 사회적 최약자인 두 사람의 우정을 지렛대 삼아 유럽 사회의 부조리를 들춰낸다. 장 피에르 다르덴은 “수많은 (아프리카) 미성년자들이 유럽으로 넘어온 후 많이 사라진다는 신문기사를 읽고선 현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영화화를 결심했다”며 “저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에 두 아이의 우정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뤼크 다르덴 감독은 “사람들은 외국인과 살고 싶어하지 않고 심지어 겁을 낸다”며 “한국 관객뿐 아니라 이 영화를 본 모두가 우리가 적이 아닌 친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의 사회적 역할이 퇴색하고 오락적 기능이 강조되는 시대 변화에 대해선 세계적 사회파 감독답지 않게 의외의 생각을 드러냈다. 뤼크 다르덴 감독은 “찰리 채플린이 그러했듯이 영화의 오락적 측면은 예전에도 있었다”면서도 “저도 요즘 영화의 질이 낮아졌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영화의 다양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블록버스터와 코미디, 깊은 여운과 메시지를 주는 영화 등 여러 영화에 대해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르덴 형제는 당초 3년 전 전주영화제를 찾을 예정이었다. 형제 감독의 특별전과 함께 이창동 감독과의 대담까지 추진됐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무산에 그쳤다.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영화로만 알고 있는 한국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왔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르덴 형제는 전주영화제에서 자신들의 영화세계를 강의하는 ‘마스터클래스’ 행사, 윤가은(영화 ‘우리들’과 ‘우리 집’) 감독과의 대담도 연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열며 막을 연 전주영화제는 다음 달 6일 한국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감독 김희정)로 막을 내린다. 상영관 6곳에서 42개국 247편이 상영된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설립 40주년을 기념한 ‘KAFA 40주년 특별전’, 일본 거장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살인의 낙인’(1967) 등 복원된 고전영화를 상영하는 ‘시네필전주’ 등 다양한 특별행사를 선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