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DA,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승인
건강한 성인 대변 에탄올로 처리 '보우스트'
'디피실균' 재감염 방지 효능... "접근성 향상"
인간 배설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경구용 알약'이 미국 보건당국에 의해 세계 최초로 승인됐다. 치명적인 장 통증을 유발하는 슈퍼박테리아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균' 감염증 재발을 막는 치료제로, 사람의 대변 내 유익한 생균을 이용해 장내 박테리아의 균형을 맞추는 원리다.
박테리아 균형 회복... 장 면역체계도 강화
2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전날 '먹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장내 미생물) 치료제인 '보우스트'(VOWST)를 정식 승인했다.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존재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 용어인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경구용으로 승인받은 건 세계 첫 사례다. FDA는 "구강으로 복용한다는 점에서 (디피실균 감염) 환자의 치료와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보우스트는 식품기업 네슬레가 지원하는 미 제약회사 '세레스 테라퓨틱스'와 백신생산업체 모더나의 생명공학 연구소인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이 공동 개발했다. 일반 알약과 똑같은 형태로, 건강한 성인 대변을 에탄올로 처리해 만들어졌다. 환자의 장에 도착한 인분 성분이 박테리아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장 면역 체계도 강화시켜 줌으로써 디피실균 재감염을 막는 효능이 있다. 앞서 FDA는 지난해 11월에도 디피실균 재감염 예방제인 '레비요타'(Rebyota)를 승인했는데, 이는 알약이 아니라 직접 항문에 약제를 넣는 방식이었다.
'매년 3만 명 사망' 디피실균… "저렴한 치료제 기대"
디피실균은 건강할 땐 장 안에 잠재돼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급격히 증식해 독소를 뿜어낸다. 주로 어린이와 노년층에서 발견되며 감염 시 극심한 설사와 장염을 유발한다. 심할 경우 사망에도 이른다. 미국에서만 매년 디피실균 감염으로 평균 3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무서운 건 재감염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디피실균 환자 6명 중 1명은 8주 이내에 재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우스트는 후기 임상시험 결과, 복용 환자의 88%가 재감염되지 않았다. 미국 미네소타 의과대학의 알렉산더 코루츠 교수는 "보우스트는 디피실균 감염 환자에게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다만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제품의 성능 향상을 위한 연구는 계속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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