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합창교향곡을 '종교편향' 결정한 자문위 해산키로

대구시, 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 발표
만장일치 자문위 결정, 사전검열 해당
대신 공연 후 논란 일면 해촉 등 책임 묻기로
예술감독 채용 때 편향방지 서약서 받기로

김동우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27일 대구 중구 동인동1가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에서 대구시 종교편향 방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종교편향적이라고 결정해 공연을 무산시킨 대구시립예술단의 종교화합자문회의가 해산된다. 대신 시립예술단 예술감독이 종교편향 공연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해촉하고, 관리책임자인 문화예술회관장과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도 징계하기로 했다.

김동우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27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구시 종교편향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구시립예술단은 조례에 따라 공연 전에 거치게 돼 있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에서 단 1명이라도 반대하면 공연을 할 수 없다. 이름만 ‘자문’이지 사실상 의결기구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달 재개관한 대구수성아트피아가 대구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내달 1일 재개관 기념공연으로 무대에 올리기로 했으나 자문위에서 ‘종교편향’이라는 억지결정을 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자문위원 6명 중 1명이 교향곡 가사 중 신이나 아버지 등을 문제삼아 종교편향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예술계는 물론 전국 예술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7월부터 자문위를 해산키로 결정했다. 공연 전에 자문위가 공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자문이 아니라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신 물의를 일으키면 사후 책임을 강하게 묻기로 했다.

우선 예술단 감독을 선임할 때 특정종교에 치우지지 않은 중립적 인사를 최대한 채용하기로 했다. 종교편향방지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종교편향 방지계획서도 받기로 했다.

임용 후에는 곡 선정을 자율이 맡기기로 했다. 물의를 일으키면 감독은 해촉하고, 감독자도 징계한다는 방침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문성격의 종교화합 자문위원회가 사전검열적 성격으로 운영돼 문화예술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실효성 있는 시립예술단 종교편향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예술계와 종교계의 소통과 화합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현 기자 yv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