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적 동기 작용한 사기 재판" 주장
'여론 영향 주는 발언 금지' 하루 만에 어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년 전 성폭행 의혹으로 민사 소송을 당한 것과 관련해 재판 자체를 ‘사기’라고 깎아내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26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해당 소송 원고인 E. 진 캐럴을 저격하며 “캐럴의 소송은 허구에다 사기이고, 그의 변호인은 거물 정치 후원자한테서 돈을 받는 정치 공작원”이라고 비난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해당 글에서 언급된 '거물 후원자'가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인 ‘링크드인’의 창립자 리드 호프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진보 성향 기업가인 호프만이 정치적 동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궁지에 몰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뉴욕 남부연방지법의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발언은 배심원단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캐플런 판사는 재판 첫날이었던 전날에도 원고와 피고 측 모두에 "법정 밖에서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삼가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이를 어긴 것이다. 캐플런 판사는 이날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법정 모욕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자제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패션 잡지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이 지난해 11월 제기했다. 시효가 지난 성폭행 피해에 대해서도 민사 소송이 가능하도록 한 뉴욕주(州) 특별법 시행이 계기가 됐다. 캐럴은 2019년 발행한 회고록에서 "1990년대 뉴욕 맨해튼의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그는 캐럴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그 여자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는 막말까지 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피소됐다.
AP통신은 원고인 캐럴이 이날 공판에서 증언대에 올라 성폭행 피해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