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연간 90만 원 감소" 추정
"저축 돕는 대신 장기 대출 전환 기회를"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2021년 이후 20대가 60세 이상보다 소비를 8.4배나 더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금리 시기 빚을 늘렸던 청년층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보고서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 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은 국내 신용평가사가 보유한 자료를 활용해 금리 인상이 대출 차주의 소비에 미친 영향을 파악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대응 성격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던 2020~2021년 당시 중장년층에 비해 훨씬 많은 대출을 받은 청년층(20~39세)에 초점을 맞췄다.
예상대로 금리 인상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대출 차주의 소비를 위축시켰다. 자료 해석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차주의 연간 소비 감소폭은 13만2,000원(0.5%)이었다. 부채 규모가 더 큰 쪽은 고소득층이었지만, 저소득층과 빚이 많은 중산층이 씀씀이를 더 많이 줄였다.
소비 변화에 영향을 더 많이 준 변수는 나이였다. 젊을수록 소비 감소폭이 컸다. 기준금리 1%포인트 상승에 따른 60세 이상의 연간 소비 감소폭이 3만6,000원(0.2%)에 그친 데 비해 20대의 경우 감소 규모가 60대 이상 고령층의 8.4배인 29만9,000원(1.3%)에 달했다. 30대도 20만4,000원(0.8%)이나 연간 소비를 축소했다.
더욱이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오른 것도 아니다. 2021년 이후 상승폭은 3%포인트(0.5%→3.5%)다. 이를 감안할 때 20대의 경우 금리 인상기에 해마다 소비를 89만6,000원(3.96%)이나 줄였고, 30대도 61만3,000원(2.4%)을 덜 썼으리라는 게 보고서의 추정이다. 청년층이 고령층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더 큰 데다 설상가상 처분할 자산이 모자라고 추가 차입 여력도 넉넉지 않기 때문에 소비 수준 유지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청년층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고 소득이 적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는 형편이 더 열악했다.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때 부채 상위 50% 청년층의 연간 소비 감소폭(26만4,000원ㆍ1.1%)이 부채가 없는 청년(2만4,000원ㆍ0.1%)의 11배에 이르렀고, 부채 상위 50% 청년 그룹에서도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층인 경우에는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으로 연간 소비가 53만9,000원(2.2%)이나 줄었다.
보고서의 정책 제안은 세 가지다. △청년층 부채의 85% 안팎이 전세 자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인 만큼 주거 비용이 일단 안정될 필요가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에 현재 소득과 함께 미래 소득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며 △한계 상황에 놓인 청년 차주에게는 기존 채무를 장기 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언도 포함됐다. 보고서를 쓴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저축보다 대출 수요가 큰 청년층의 경우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정책이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청년층에 자산 형성 기회를 만들어 주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도입을 약속한 정책형 금융 상품 ‘청년도약계좌’가 실효성 논란 속에 6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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