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스 작전' 일등공신, 귀국 후 첫 회견
교전 첫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대사관행
방탄차 타고 우리 교민들 직접 찾아다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슈퍼에 나갔다가 총격음을 들었어요. 그 길로 대사관으로 향해 만일의 사태를 준비했죠.
남궁환 주 수단대사
남궁환 주 수단대사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고단함이 여전히 묻어 있었다. 그는 군벌 간 무력충돌로 전쟁터가 된 수단에서 '프라미스'(promise·약속)로 명명된 교민 철수 작전을 성공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교민, 대사관 직원 등 28명을 데리고 무사히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인 26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온종일 듣던 총소리가 안 들려 어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0년 차 외교관인 남궁 대사의 '촉'은 탈출 상황 내내 적중했다. 그는 휴일이었던 15일(현지시간) 관저에서 잠시 외출했다가 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첫 교전 소리를 들었다.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감이 왔다. 바로 대사관을 향한 그는 직원들을 불러 모아 탈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첫 난관은 수도 하르툼 9군데에 흩어져 사는 교민을 대사관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가 팰리세이드 방탄차를 타고 거주지를 일일이 돌았던 일은 이미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남궁 대사는 "하루 24시간 중 15시간은 총이나 포탄 소리가 들릴 만큼 심각했다"면서 "1~2㎞마다 검문소가 있었는데 군인들이 차를 뒤지는 등 위협감을 줬다"고 회고했다. 일부 교민은 현지 통신사정이 좋지 않아 10~20번은 연락해야 겨우 연결됐다고도 한다.
중동의 강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안한 육로 탈출을 선택한 것도 적중했다. 남궁 대사는 "UAE는 정보력이 강한 나라"라며 "우리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와 수단 국민도 버스에 태워줬다"고 말했다.
여권 없는 교민 6명, 외교력 덕에 '무사통과'
2차 집결지인 포트 수단에 도착한 교민들은 일사천리로 입국수속을 마쳤다. 먼저 온 우리 정부의 신속대응팀이 관련 작업을 마쳐놨기 때문이다. 여권을 들고 오지 못한 교민이 6명이나 됐지만 외교력을 발휘해 출국 허가를 받았다. 남궁 대사는 "탈출 과정에 식량·연료난이 있었지만 교민들이 합심해 절약해 가며 버텼다"면서 "덕분에 교민들을 무사히 한국에 모셔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수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교민들의 피신을 도운 공군 수송기 C-130 요원들은 누적된 피로 탓에 임무를 마치고 제다에서 하루 더 머물렀다. 주 제다 총영사관은 이들에게 사우디 명물인 대추야자를 대접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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