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군사위원회 초청으로 미얀마행
"군부 정당성 쌓기 희생양 될라" 우려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군부 쿠데타로 혼란에 빠진 미얀마를 찾았다.
24일 미얀마 군사정권 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반 전 총장이 전날 수도 네피도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고, 국방부와 외교부 차관이 그를 맞이했다고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 전직 정상들로 구성된 국제사회 원로 자문그룹 ‘디엘더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군부는 “반 전 총장이 군사위원회 초청으로 미얀마를 찾았다”고만 했을 뿐 방문 목적과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쿠데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부 관계자와 만나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석방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치 고문은 부패와 선거 조작 혐의로 33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으로, 미얀마 대법원은 일부 사건을 재심리하기로 한 상태다.
반 전 총장 방문으로 수치 고문 석방 물꼬가 트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 미얀마 민주화에 직접 관여했고, 2021년 쿠데타 이후 유엔 사무총장과 미얀마 군부의 건설적 대화를 독려해 왔다.
반 전 총장의 미얀마행이 군부 정당성을 쌓는 데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서방 제재에도 꿈쩍 안 했던 군부가 반 전 총장의 방문만으로 전향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놀린 헤이저 유엔 미얀마 특사의 미얀마 방문도 ‘군부 선전용’으로 악용된 바 있다. 헤이저 특사는 미얀마에서 흘라잉 사령관을 만났지만 수치 고문과는 만나지 못했다. 흘라잉 사령관과 웃으며 악수하는 사진이 찍히면서 “군부에 정치적 정당성을 쌓을 빌미만 줬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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