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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구불구불 서킷도 무섭지 않았다

입력
2023.05.09 14: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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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쿠네오 서킷에서 아이오닉 5 시승
환경친화 소재 45% 넣은 미쉐린 e프라이머시
e프라이머시, EV 급가속·감속에도 성능 그대로

아이오닉 5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소재 카트 플래닛 서킷을 달리고 있다. 이 차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45%까지 높여 만든 미쉐린의 e프라이머시 타이어가 장착됐다. 쿠네오=박지연 기자

아이오닉 5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소재 카트 플래닛 서킷을 달리고 있다. 이 차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45%까지 높여 만든 미쉐린의 e프라이머시 타이어가 장착됐다. 쿠네오=박지연 기자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쿠네오의 카트 플래닛 서킷에서 특별한 타이어를 끼운 아이오닉 5를 몰았다. 미쉐린이 지난해 6월 내놓은 19인치 타이어 e프라이머시는 지속가능한 소재 비중을 45%까지 높였다. ①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와 ②인간의 수명 내에 재생할 수 있는 천연 원료 소재를 절반가량 썼는데도 기존 고급 타이어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 "밀가루와 물, 계란, 우유, 설탕 같은 재료를 넣어 만들던 케이크의 레시피를 확 바꾸고도 똑같은 맛을 내기는 어렵듯 타이어 재료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꿨는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혁신"이라는 게 미쉐린그룹 기술·과학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씨릴 로제의 설명이다. 이 타이어를 장착한 전기차를 운전하며 일반 타이어와의 차이를 느껴 보라는 게 이날의 숙제였다.



이탈리아서 세계 각국 기자들 만난 아이오닉 5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카트 플래닛에 아이오닉 5가 주차돼 있다. 이 차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45%까지 높여 만든 미쉐린의 e프라이머시 타이어가 장착됐다. 쿠네오=박지연 기자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카트 플래닛에 아이오닉 5가 주차돼 있다. 이 차에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45%까지 높여 만든 미쉐린의 e프라이머시 타이어가 장착됐다. 쿠네오=박지연 기자


카트 플래닛의 트랙은 1.6㎞. 구불구불한 이 서킷을 세 바퀴 돈다고 했다. "겨우 세 바퀴? 그래 봐야 4.8㎞군." 5㎞가 채 안 되는 짧은 코스를 10분 남짓 도는데 조수석엔 레이싱 경험이 많은 인스트럭터 로렌초 토르타가 동승했다. 서킷에 들어서기 전 얼마나 오랫동안 운전했는지, 시승 경험은 많은지 물었다.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너비 10~11m인 이 서킷은 일곱 번의 우회전 구간아홉 번의 좌회전 구간으로 이뤄졌다. 시계 방향으로 달리는데 큰 커브와 시케인(chicane, 자동차 속도를 줄이기 위한 이중 급커브 길)이 번갈아 나와 정신없이 핸들을 돌리다 보면 지금 도는 게 시계 방향인지 반시계 방향인지 헷갈렸다. 올해 초 2023 올해의 차 실차테스트를 했던 경기 화성시 교통안전공단의 주행 코스나 눈길에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달린 강원 속초시 미시령·진부령 계곡은 새 발의 피였다.



구불구불 서킷서 미쉐린 타이어 성능 시험해 보니

쿠네오 카트 플래닛 서킷 트랙은 일곱 번의 우회전 구간과 아홉 번의 좌회전 구간으로 구성됐다. 카트 플래닛 제공

쿠네오 카트 플래닛 서킷 트랙은 일곱 번의 우회전 구간과 아홉 번의 좌회전 구간으로 구성됐다. 카트 플래닛 제공


구불구불한 트랙 위에서 전기차로 순식간에 가속·감속을 하며 마음먹은 대로 주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로렌초는 "첫 번째 트랙은 천천히 구간을 익히라"고 조언했다. 시속 20~30㎞로 모는 데도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가 다시 직선을 달리는 게 쉽지 않았다. 속도를 조금 낼라치면 금세 급회전 구간이 나타났다.

감속 구간은 길지 않았다. 액셀을 밟으면 아이오닉 5는 저속 구간 없이 바로 시속 50㎞로 올라갔다. 두 번째 트랙에서 로렌초는 회전 구간마다 어려운 주문을 했다. "브레이크를 짧게 밟으며 감속해라. 지금! 바로 우회전해라. 크게 돈 뒤 바로 직선으로 달리며 액셀을 밟아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균형 잡기에 한창인데 그가 "마지막 바퀴는 레이서처럼 몰아 보라"고 했다. 노면에 검게 남은 타이어 흔적을 똑같이 따라 주행하라는 주문이었다.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 소재 58%까지 끌어올려"

세계 1위 타이어 기업 미쉐린그룹이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소재를 45%, 58%까지 넣어 만든 타이어를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미디어 간담회장에 전시한 모습. 쿠네오=박지연 기자

세계 1위 타이어 기업 미쉐린그룹이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소재를 45%, 58%까지 넣어 만든 타이어를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쿠네오 미디어 간담회장에 전시한 모습. 쿠네오=박지연 기자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으려면 눈앞에 펼쳐진 서킷에서 눈을 떼지 않아야 했다. 핸들을 크게 꺾으며 브레이크를 꾹 밟기도 하고, 구간 안에서 속도를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며 큰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결승선을 들어온 뒤 미쉐린그룹이 이 서킷을 고른 이유를 눈치챌 수 있었다. e프라이머시가 전기차의 빠른 가속과 급감속을 되풀이하면서도 고급 타이어의 성능을 그대로 지킨다는 것을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 타이어의 성능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늦출 때 두드러졌다.

미쉐린에 따르면, 실제 e프라이머시는 400㎞를 주행할 때 다른 타이어보다 30㎞를 더 갈 수 있도록 해 차에 담긴 배터리 수명을 7% 높여 준다고 한다. 에너지 손실을 줄이도록 타이어 소재를 배합(컴파운드)했고 제품에 적용된 특별한 기능(쿨러닝 사이드월)이 결과적으로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회전 저항의 강도가 다른 브랜드보다 27% 적어 연료를 덜 쓰게 한다고 회사 측은 자랑했다. 도로가 젖었을 때도 브레이크 성능이 새 타이어에 맞먹을 정도로 유지되게 했다. 로렌초는 "인스트럭터로 참여하기 위해 먼저 이 차를 몰아 봤다"며 "타이어의 소재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감속이나 가속에서 다른 프리미엄 타이어와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전기차용 타이어 'e프라이머시'와 '파일럿 스포츠 EV' 중 한국엔 파일럿 스포츠 EV만 있다고 했다. 이날 아이오닉 5에 장착된 e프라이머시는 국내 출시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

쿠네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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