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대회 우승자 김창현씨
3주 전부터 40층 아파트 계단 오르고 식단 관리도
"생애 한 번쯤 어떤 분야라도 일등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그 꿈을 이뤘네요."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수직마라톤 대회 '스카이런'에 참가한 김창현(24)씨는 1층부터 123층까지, 2,917개의 계단을 19분 46초 만에 완주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같은 대회에 참가했다 기록이 11위에 그쳤는데 올해는 참가자 중 가장 먼저 꼭대기 층에 도착하면서 그 아쉬움을 털어냈다.
김씨는 "이전 1위 기록을 보니 20분 50초대였는데 한 층에 10초씩 뛰면 20분 30초가 되더라"며 "시험 삼아 계단을 올라 보니 한 층에 10초가 안 걸리기에 한번 도전해보자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스카이런은 롯데물산이 2017년부터 봄마다 여는 대회로 지난해까지 약 6,000명이 계단 오르기에 도전했다. 올해는 4년 만에 마스크 없는 행사로 치러져 역대 가장 많은 2,000명이 몰렸다.
"일주일에 두 번, 40층 아파트 계단 올라"
전북 군산에 사는 김씨는 대회 하루 전날 서울로 올라와 친구집에서 신세를 지는 열의까지 보였다. 평소 취미로 마라톤을 즐기며 작은 대회에 서너 번 나갔던 그는 3주 전 훈련과 식단 관리에 들어갔다. 김씨는 "동네에 있는 40층짜리 아파트를 일주일에 두 번씩 오르내렸다"며 "식단은 밀가루를 줄이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만 하다가 전날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에너지를 쌓았다"고 말했다.
1위 달성에 그만의 특별한 계단 오르기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3층까지만 뛰고 체력을 아끼기 위해 나머지 계단은 걸어서 두 칸씩 올랐다. 이어 마지막 세 층이 남았을 때는 다시 뛰면서 막판 스퍼트를 냈다. 또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랐다. 다리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팔 힘도 나눠 쓰면서 에너지 소모를 줄인 것이다.
고비의 순간도 찾아왔다. 70층 정도에 다다랐을 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던 것. 김씨는 "그만할까 하는 생각으로 시계를 봤더니 기록이 나쁘지 않아 일등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올라야 할 계단이 오른 계단보다 적으니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었다"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순간 탈진해 주저앉았지만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뿌듯함을 넘어 희열까지 느꼈다고 했다. 김씨는 "1등이라는 것을 처음해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며 "이런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무슨 일이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면서 다채로운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 참가자들도 많았으며 81세의 최고령 참가자, 국제 수직마라톤대회 우승 경험자 등 이색 참가자도 여럿 있었다.
여자 부문에서는 정혜란(29)씨가 24분 28초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녀 개인 1, 2, 3등은 롯데백화점 상품권 123만 원권, 시그니엘서울 식사권, 푸마 운동용품 세트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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