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건 괴롭힘 혐의 조사 받은 라브 부총리
"괴롭힘 인정되면 사임" 약속 지켰지만
"판단 기준 너무 낮아 위험한 선례" 항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도미닉 라브 영국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전날 그의 혐의를 일부 인정한 조사 보고서가 리시 수낵 총리에게 전달되자 스스로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라브 부총리는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리시 수낵 총리에게 보내는 사직서를 공개했다. 그는 “괴롭힘이 있었다면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무고를 주장했다. 그는 “(조사에서) 나에 대한 두 가지 주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각됐다”면서 “지난 4년 반 동안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욕설이나 고함은 물론 물건을 던지는 등 신체적으로 위협한 적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라브 부총리의 직장 내 괴롭힘 혐의 조사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테리사 메이·보리스 존슨 정부와 수낵 정부에서 라브 부총리가 법무부와 외무부, 브렉시트부 장관을 지내는 동안 8건의 공식적인 불만이 제기됐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라브 부총리는 법무부와 외무부 회의에서 비판적 지적에 적절한 수위보다 더 나아가 여러 차례 위협적이거나 모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국 더 선은 조사 개시 당시 그가 직원들의 브리핑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탁자 건너편으로 샐러드에 있던 토마토 세 개를 던졌다”는 정부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했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올해 초 라브 부총리와 일한 고위 공무원 5명 중 4명이 “그의 행실이 괴롭힘일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평소 사소한 일에도 주체할 수 없이 화를 내 직원들이 대면을 꺼렸다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그로 인해 울거나 두려움에 구역질이나 구토까지 했다는 보도도 있다.
6개월에 가까운 조사 끝에 나온 조사 보고서에도 수낵 총리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라브 부총리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도 커졌다. 정무장관이 공무원에 대한 폭언 의혹으로 낙마한데다 지방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수낵 내각엔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에서 라브 부총리는 “괴롭힘의 기준을 너무 낮게 설정하면서 이 조사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관에 대한 ‘가짜 불만’을 조장하고 정부와 국민을 대신하여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이에 “라브 부총리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향후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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