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매입임대사업 활용 등 총 7조 투입
피해자, 우선매입이나 임대 중 선택 가능
23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될 듯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기관을 통해 경매로 넘어간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이한준 LH 사장과 이런 내용의 대책을 논의했다. 원 장관은 "전세 피해가 시급하고 워낙 절박한 만큼, 이미 예산과 사업 시스템이 갖춰진 LH 매입임대제도를 확대 적용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을 최우선 매입 대상으로 지정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제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LH는 기존 주택을 사들여 개보수한 뒤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취약계층 등에 시세의 30~5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매입임대사업을 운영 중이다.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최근 서울 강서구, 인천 미추홀구에 이어 경기 동탄, 대전 서구, 부산 진구 등 전국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자 공공이 피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특단의 조치에 나선 셈이다.
정부는 이미 관련 예산도 확보한 상태다. 실제 올해 계획된 LH의 매입임대주택 물량은 2만6,000가구로, 책정된 예산은 5조5,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공사의 매입임대주택 물량 9,000가구를 포함하면 전세사기 피해 주택 3만5,000가구를 매입할 수 있다. 매입임대주택 평균 가격이 호당 2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최대 7조 원가량이 피해 주택 매입에 투입될 수 있다.
정부는 피해 세입자가 경매에서 살던 집을 낙찰받기 원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줘 저금리 정책대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피해 주택을 매수할 의사는 없으나 살던 집에 계속 거주하길 원한다면 LH가 우선 매수해 임대한다. 문제는 경매에서 임차인이나 LH에 우선 매수권을 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정부는 긴급 입법을 국회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방식은 국회에서 거론되는 공공이 전세금반환청구권을 사들여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해결하자는 '선보상' 방안과는 결이 다르다. LH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면 전세사기 피해자는 퇴거당하지 않고 살던 집에 그대로 살 수 있지만, 보증금을 돌려받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경매에 넘어간 주택은 대부분 선순위 채권자가 있어 낙찰대금이 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원 장관은 "세입자가 경매낙찰자로부터 쫓겨나지 않게 LH가 소유권을 넘겨받는 경락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가 원할 때까지 유리한 조건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23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관련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단 경매유예로 시간을 번 만큼 범부처 TF를 통해 신속히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지원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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