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 ‘2022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
1970년 이후 빙하 두께 30m 줄어
동아프리카 가뭄, 파키스탄 대홍수 등 인류 위협
최근 8년간 지구는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두 배가량 증가하는 등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지구 곳곳에서 속출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다. WMO는 유엔 산하의 기상학 전문기구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15도 높았다. 온실가스가 누적되면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임계점인 '1.5도 상승 제한'에 근접할 정도로 지구가 뜨거워진 것이다. 2021년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49% 증가했고, 메탄은 262%, 아산화질소는 124% 늘었다.
2015~2022년 8년간은 전 세계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래 가장 더웠던 기간으로 기록됐다. 태평양 지역 수온을 떨어뜨리는 라니냐 현상이 이 기간 중 3년 연속 발생했음에도 기온이 상승한 것이다.
2021년 10월~2022년 10월에는 전 세계 빙하의 평균 두께가 1.3m 이상 줄었다. 지난 10년간의 평균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이 기간 스위스 고산지대의 빙하 부피는 기존보다 6% 줄었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고산지대에서도 상당한 양의 빙하가 소실됐다. WMO는 1970년 이후 누적된 빙하 두께 손실이 약 30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해수면 상승도 빨라졌다. 2013~2022년 해수면은 연평균 4.62㎜ 높아졌는데, 이전 10년(1993~2002년) 연평균 상승폭인 2.27㎜의 두 배다. 지난해 전 세계 바다 면적의 58%에서는 바다의 폭염이라 불리는 '해양열파'가 발생했다. 해양열파는 수일에서 최대 한 달까지 해양 표면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지난해 인류도 기상이변으로 생존의 위협을 겪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가뭄으로 200만 명 이상이 고통을 겪었는데, 지난 5번의 우기에 평년보다 비가 적게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여름 파키스탄에서는 대홍수로 1,700명 이상이 죽고 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럽 곳곳에선 폭염과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스페인∙독일∙영국∙프랑스∙포르투갈 등에서 1만5,000명 이상이 폭염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역대 최장기 폭염이 지속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인류는 자연과의 무모한 대립을 끝내고 지구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며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은 물론 인류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버틸 수 있도록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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