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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죽을 것" "언행 신중하라"… 한·중 대만문제로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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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죽을 것" "언행 신중하라"… 한·중 대만문제로 긴장 고조

입력
2023.04.21 17:18
수정
2023.04.21 21:34
1면
0 0

친강 외교부장, 상하이 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 방문 앞둔 윤 대통령 겨냥해 경고 메시지
우리 외교부 "언행 신중해야... 본질 왜곡 말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상하이에서 진행된 '란팅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렸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1일 상하이에서 진행된 '란팅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중국식 현대화와 세계'를 주제로 열렸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두고 중국과 한국의 외교부가 연일 정면 충돌하며 한중 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21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포럼 기조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장난하는 자'가 누구인지 적시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직후여서 한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불에 타 죽을 것"은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대상에 경고를 날릴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맞받았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관련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는 이러한 현상 변경을 국제사회와 함께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만을 침공하거나 흡수해 '하나의 중국'을 만들려는 중국의 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한국과 서방이 공유하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친 부장은 "최근 중국은 '규칙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도전한다',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 한다'는 등의 괴담을 듣는다"면서 "이런 발언은 최소한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도 어긋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결과는 위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연달아 견제구 "미국에 아부하지 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20일 열린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20일 열린 '이차전지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중국의 날 선 반응은 19일 이후 계속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자성어 '부용치훼(不容置喙)'를 인용해 "대만 문제에 대한 타인의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이다.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항의했다.

중국은 또다시 참지 않았다. 왕원빈 대변인은 싱 대사 초치에 대해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베이징과 서울에서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반발했다. 중국은 외교 경로로 항의할 때 '엄정한 교섭 제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한국 외교부는 친 부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중 양국 간 국격을 지키고 예의를 갖춰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입각해 상호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할 것"이라며 "중국 측도 이에 부응해 언행에 신중을 기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중국 측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심각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며, 우리 정부는 이를 용납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대응했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24~30일)을 앞두고 부쩍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윤 대통령의 미국 중심 동맹 외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국에 아부하기 위한 충성의 표시로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만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에 대비해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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