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사무실을 현장조사하려던 정부의 첫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 양대노총이 "노조 자주성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강제 조사 권한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예정된 현장조사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들을 비롯해 총 52개 노조에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금속노조 사무실을 찾아 현장조사를 시도했지만 1층 현관 입구부터 막혀 들어갈 수 없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폭압적 행정개입 중단하라' 등의 문장이 쓰인 종이를 들고 현관 접근을 막았다. 민주노총도 조합원들이 1층에서 근로감독관을 만나 내부 진입 거부 의사를 밝혔다. 10여 분간의 대치 끝에 결국 근로감독관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도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조사를 위해 방문했다. 이들은 사무실 내부에서 만나긴 했지만, 회계 서류를 점검하겠다는 근로감독관의 요구를 한국노총이 거부하면서 마찬가지로 빈손으로 돌아갔다.
근로감독관들이 이날 아침부터 양대노총 사무실을 찾은 이유는 이들이 제출을 거부한 회계 서류를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전날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끝내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42개 노조에 대해 2주간 현장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정부의 요구가 노조 자주성 침해라고 판단, 회계 서류 속지 제출 및 현장조사까지 모두 거부했다. 민주노총 측은 근로감독관들에게 "법률상 회계 서류 속지를 제출해야 하는 근거가 부족하고, 대법원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며 "수차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니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측도 "국고지원금 관련 회계는 이미 제대로 다 보고하고 있고, 일반회계는 조합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며 "더 이상을 요구하는 건 월권"이라고 했다.
근로감독관들이 현장조사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노조가 동의하지 않으면 억지로 사무실에 진입할 수 없다. 정부는 현장 진입을 거부한 노조들에 대해 노조법 위반뿐 아니라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까지 부과할 예정이다. 노조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150만 원,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최대 500만 원이다.
양대노총은 정부가 과태료를 부과할 경우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지난달 21일엔 직권남용 혐의로 이정식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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