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6월 29일, 두 달여 남아
차등적용·공익위원 산출방식 등 쟁점
"첫 전원회의 일정 아직 결정 안돼"
역사상 처음으로 개의도 못 하고 멈춰 버린 2024년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좀처럼 다시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부터 공익위원안 산출 공식, 공익위원 자격 논란까지 쟁점은 산적했는데 최저임금 결정 '데드라인'은 두 달 남짓 남은 상태다.
20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위원들은 지난 18일 열리지 못한 첫 번째 전원회의 재개최 일정을 논의 중이다. 통상 첫 회의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해 모두발언까지 언론에 공개했으나, 양대노총의 특정 공익위원 사퇴 요구와 이에 항의하는 공익위원들의 참석 거부로 시작도 전에 무산된 만큼 이번엔 정부세종청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최임위 관계자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의 3자 논의로 결정되는데, 첫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임위 논의 시작일이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전례가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최임위가 처음 설치된 1987년부터 현재까지 36년간 아예 개의도 못 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노동자위원 9명 불참으로 첫 전원회의가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한 채 파행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개의 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1차 회의로 간주됐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번엔 근로자위원 9명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는데 위원장을 비롯해 공익위원들이 아예 모습을 나타내지도 않았기 때문에 파행 책임은 오롯이 그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노동계의 무리한 주장과 행동으로 파행된 것"이라며 "노동계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 마감 시한은 6월 29일이다. 논의 사항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건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다. 최저임금 제도 첫해인 1988년 한 차례 시행됐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이듬해부터 차등적용은 사라졌다. 그러나 매해 꾸준히 논의 테이블에 오르고 있는 주제다. 지난해에도 인상률 심의에 앞서 차등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1표에 반대 16표로 부결됐다. 근로자위원 9명에 더해 최소한 7명의 공익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는 뜻이다. 공익위원 임기는 2024년까지라 올해도 상임위원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같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데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차등적용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결과를 다시 한번 검토하자는 결론이 내려진 만큼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고용부는 지난달 31일 연구용역 결과를 최임위에 제출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올해는 최저임금 수준 논의와 동시에 업종별 구분에 대해서도 실사구시적인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이 기계적으로 적용한 최저임금 산출방식도 문제다. 노사가 첨예하게 갈리는 최저임금 논의 특성상 보통 마지막에 공익위원들의 의중이 최저임금 수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들이 제시하는 '단일안' 계산 방식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결정된 2023년도 최저임금(9,620원)의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2.7%)+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취업자 증가율 전망치(2.2%)'를 계산해 나온 5%가 인상률로 결정됐다. 2022년도 최저임금(9,160원)도 마찬가지 산식이 적용됐다.
노동계는 "어차피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될 거면 매해 10차례 넘게 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답정너' 위원회"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 역시 "지난해에도 근거가 되는 물가 상승률 통계를 실제보다 낮게 잡아 잘못된 예측을 했고, 기준에 맞지 않는 오래된 통계를 빌려왔다"며 "결국 물가 상승률보다도 낮은 실질임금 삭감안이 됐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5%로 결정된 후 "해당 산식은 거시적으로 국민 경제 평균적 임금 조정률을 결정할 때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고,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고려 없이 이를 적용한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에 대한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권 교수는 지난해 미래사회노동연구회 좌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밑그림을 그린 책임자로, 노동계에서는 그가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도 노동계에서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지만 공익위원 임기는 3년으로 보장된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정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계속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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