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권영세 "北, 개성공단 공장 간판 뗐다… 제재는 잘못된 행동 고치려는 것"[인터뷰]

알림

권영세 "北, 개성공단 공장 간판 뗐다… 제재는 잘못된 행동 고치려는 것"[인터뷰]

입력
2023.04.21 04:30
1면
0 0

권영세 통일부 장관 한국일보 인터뷰
"제3국 사람에게 공단 총괄 맡기려는 움직임"
"한미 정상회담 뒤 중국과 대화 노력 필요"
"인권 문제 말하는 건 北 창피 주려는 의도 아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공장의 간판까지 다 떼어내고 있습니다. 공단을 완전히 독점적으로 운영하려 한다는 정보도 있어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9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상황의 심각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한이 몰래 가동하는 수준을 넘어 남한을 제쳐놓고 아예 독자운영에 나서려 한다는 것이다. 권 장관은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조차 저렇게 무단 가동한다면 앞으로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며 "제3국 사람에게 개성공단의 총괄 관리를 맡겨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권 장관은 대북제재에 대해 "북한을 괴롭히기 위해서라 아니라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을 조성하는 잘못된 행동을 고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의 인권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것도 "창피 주려거나 흔들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대화의 창구는 열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뒷배' 중국이 노골적으로 편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계가 작지 않다. 이에 권 장관은 "우리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입장"이라며 "중국과 최대한 빨리 대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핵 못지않게 중요하다"면서 "미국과 함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 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향후 투자 바라는 北, 개성공단 무단 가동하는데 누가 하겠나"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파주=연합뉴스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파주=연합뉴스

-개성공단 상황이 어떤가.

"북한이 우리 공장 10여 곳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 안정적 전기 공급이나 첨단 기술이 필요한 공장을 제외하고 거의 다 운영하기 시작했다. 제3국 사람에게 개성공단 총괄 관리를 맡겨 자기들(북한)이 완전히 독점적이고 독자적으로 공단을 운영하려 한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본 피해액은 최소 수천억 원이 넘을 것이다."

-제3국은 중국인가.

"제3국이라고만 하겠다. 이 부분을 분명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장관이 11일 대북성명에서 '법적 조치'를 강조했는데.

"사실 공장의 무단 가동 등 북한의 불법행위를 확인하는 것 외에 법을 통해 막을 방법은 없다. 하지만 잘못을 분명히 지적하고 알려 국제적 여론을 조성해 북한을 압박하는 게 중요하다. 북한도 자급자족으로는 버티기 어려우니 언젠가는 외국 투자를 받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선례를 보고 누가 투자를 하겠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 집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5월 북중 교류 재개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숨통이 트일 텐데.

"(조만간 북중 국경이) 열리긴 할 것이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소극적이다. 북한이 행동을 전혀 바로잡지 않았는데 (중국의 비협조로) 제재 효과가 줄어든다면 우리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국경이 열리면) 북한이 당장 급한 부분을 해소하는데 중국으로부터 도움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와 중국이 북한 문제에 엇박자 아닌가.

"그래서 중국과 긴밀한 협의와 협조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내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양국 관계를 완전히 회복시키고 나면 다음은 중국 차례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유일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나라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으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북한 문제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중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외교) 스케줄의 앞순위에 올려 둘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됐다. 그동안 외부관계에 소극적이던 원인이 해소된 셈이다. 이에 '중국과 최고위 차원에서의 대화 등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계속 말해왔다. 중국도 북한의 핵실험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본다."

"日, 미국 확장억제 전략에 후방 병참 지원 역할"

-통일부가 기대하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외교와 대화를 통해 비핵화를 이뤄나가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이 조금 더 전향적 자세를 취하도록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건 북한 인권 문제다. 주민들의 인권을 형편없이 대하는 (북한) 체제가 다른 나라를 존중하며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지난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지난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내놓은 '북한인권보고서'에 대한 국제사회 반응은.

"전반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인권에 목소리를 내는 건 북한을 창피 주려거나 흔들기 위한 게 아니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 인권 개선에 우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 첫 걸음으로 북한 인권 상황이 어떤지 알리는 게 중요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들이 압박하면 북한도 조심하지 않겠나."

-최근 일본을 다녀왔는데, 북한 문제 대응에 왜 일본이 필요한가.

"우선 정보력이다. 일본은 대북 정보력이 강하다. 북한 정세 정보 등의 교류가 필요하다. 핵 위협 대응을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서 배후 병참지원이 중요하다. 일본이 이 부분에 역할을 할 수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 통신선 연락 단절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을 발표한 뒤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 통신선 연락 단절 및 개성공단 무단가동 관련 성명을 발표한 뒤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과거 보수정권(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북한과 사이가 나빴지만 물밑 접촉을 했는데.

"남북대화가 의미 있으려면 지속가능해야 한다. 대화를 위해 무조건 유화적으로 아첨하듯 하거나 뒷돈을 주는 방식으로 해서는 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 지금은 제재의 시간이라고 본다. 제재를 통해 북한이 의미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다만, 북한의 경제 상황이 나쁘긴 해도 1990년대 '고난의행군' 수준은 아니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이 심화한) 국제 환경도 본인들에게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올해 상반기 중에는 북한이 계속 긴장을 고조시키는 쪽으로 갈 것 같다."

김광수 기자
유대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