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광물 사용 피하는 방식으로 우회한 듯
포드·테슬라, CATL과 합작공장 논의
IRA 명분 무색해질까 美하원서도 경고장
미국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조금 지급을 위한 세부 규칙이 알려지자 미국 회사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제재를 우회적으로 피하며 보조금을 챙긴 것.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경쟁자들이 포드·테슬라와 합작공장을 짓는 등 중장기 전략까지 꾀하는 모습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RWD는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중국의 닝더스다이(CATL)의 배터리를 싣고도 보조금을 받게 됐다. 모델3는 ①배터리는 북미에서 생산 및 조립된 부품을 50% 이상 써야 한다는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지만 ②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하고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써야 한다는 요건을 채워 최대 7,500달러의 절반인 3,750달러 지급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넣은 모델3 후륜구동 모델이 3,750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며 "이는 주요 광물을 테슬라가 사급으로 공급해 IRA 요구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배터리에 쓰이는 주요 광물을 테슬라가 조달한 뒤 이를 CATL 측에 공급해 중국산 광물 사용을 피했다는 해석이다.
보조금 절반 받고, 美 합작공장까지…우회로 찾는 中
CATL은 또 테슬라(미 텍사스주), 포드(미시간주)와 손잡고 공장을 세우려 한다. IRA에 따르면 미 완성차 업체는 자국 내 공장이 없고 중국산 광물을 쓰는 중국 배터리 업체 제품을 쓸 수 없지만 포드와 테슬라는 기반 시설과 건물 등 공장 지분을 소유하고 이 회사 노동자들이 배터리를 만들되 CATL이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새로운 그림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RA 추진 의도가 무색해지자 미국 의회가 나섰다. 공화당 소속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18일(현지시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인의 세금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며 "(그런데도)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여전히 외국 기술과 노동력에 의존하면서 IRA 허점을 악용해 보조금을 수령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대차와 테슬라, 닛산, 리비안 등 다른 10여 개 회사에도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중국의 우회 전략은 한국 배터리 회사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10여 년 전부터 광산을 확보했기 때문에 전기차 회사들이 중국산 광물을 안 쓸 수는 없다. 그는 "설사 우회 전략을 펴는 것을 미국 정부가 알더라도 전면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소 3년 치 먹거리 확보한 K배터리사 조용한 미소
다행히 중국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더라도 최소 6, 7년은 걸릴 것이기 때문에 당장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22개 전기차 중 17개(LG에너지솔루션 11개, 삼성 SDI 4개, SK온 2개)에 K배터리가 들어간다. 게다가 K배터리사들은 최소 3년 치 먹거리를 확보했다. 특히 보조금 혜택을 받는 차종이 미국 소비자에게 구매 이점으로 작용해 많이 팔리면 배터리사들은 계약 물량 이외에 추가 물량을 주문받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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